[삼미금속 동경희 사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월급과 원자재값 등 회사 운영에 꼭 필요한 비용을 빼고는 모두 기술 개발에 털어 넣었습니다."

최근 중소기업청의 '신지식인' 25명 중 한 사람으로 뽑힌 삼미금속 동경희(47) 사장이 밝힌 고속 성장의 비결이다.

1998년 11월 문을 연 이 회사는 직원이 사장까지 모두 7명뿐이다. 그러나 기술개발에 전념한 덕에 99년 매출 8억5천만원으로 지난해엔 18억원으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2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올 성장이 주춤한 것은 반도체 생산 감소로 폐기물이 줄어서예요. 우리나라는 귀금속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어 귀금속은 뽑아내는 대로 다 팔립니다."

동사장이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것은 병원에서 찍고 버린 X-레이 필름에 함유된 은을 대량으로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

특히 필름 표면의 은 화합물을 긁어낸 뒤 은만 녹여내는 방식을 택해 태우지 않고 남은 부분은 화학솜의 원료로 되팔고 있다. 종전에는 X-레이 필름을 태운 뒤 은 성분만 특수 용액에 녹여내야 했었다.

동사장은 "하루에 필름 10t에서 은 80㎏을 뽑아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고 자랑한다.

삼미금속은 X-레이 필름이나 불량 반도체 칩 등 폐기물에 함유된 금.은.백금을 다시 뽑아내는 업체다. 반도체 칩에는 전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금을 집어넣는데 불량 칩 1㎏을 사들이면 칩 종류에 따라 금을 2~5g 뽑아낼 수 있다.

삼미금속은 반도체 폐기물 속의 금을 98%까지 뽑아내는 기술도 갖고 있다.

"국내는 80%가 보통이고, 일본도 95%가 최고죠. 이 기술개발 과정에서 온도 조절을 잘못해 올 초 공장에 불이 나기도 했습니다."

기술 개발은 남편 이기호(46)씨의 몫이다. 李씨는 부친이 운영하던 광산에서 여러가지 광물 추출 기술을 익혀 이를 바탕으로 회사를 세웠다. 영업 등 대외관계를 책임지는 사장직은 활달한 부인이 맡고, 남편은 평직원으로 남아 오직 기술개발에만 매달려왔다.

동사장은 "여성 경영인이라 일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없다"며 "오히려 영업을 나가면 다들 호감을 갖고 친절히 대해준다"고 말했다.

글=권혁주,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