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자금조달 기회"…기업들 상장 서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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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주가가 꿈틀하자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

우선 지난해 말 이후 증시침체를 이유로 상장·등록을 미뤘던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보유 주식을 내다 파는 기업도 많다.

주식시장이 기업의 자금 조달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장·등록 박차=지난 9월 중순 이후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자 많은 기업들이 상장·등록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카드가 오는 12월24일 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내달 4일부터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받는 것을 비롯해 일진다이아몬드·광주신세계·필룩스 등이 내년 1월께 상장될 예정이다.

9·11 테러사건으로 인한 증시침체를 이유로 상장을 보류했던 LG카드도 증시상황을 주시하면서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역시 테러사건의 불똥을 맞아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던 LG텔레콤도 12월 초 유상증자 청약을 받는다.

코스닥시장에선 등록심사를 통과하고서도 증시침체로 눈치를 보던 기업들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공모주 청약에 나서고 있다.

이번 주에만 유진데이타 등 무려 10개 기업이 코스닥시장 등록을 위해 공모중 청약을 받는다.연말까지 추가로 10개 이상의 기업들이 공모주 청약에 나설 전망이다.

증권업협회 등록관리팀 관계자는 "올해를 넘기면 감사보고서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등 등록시간이 지체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공모주 청약이 몰리는 것은 분명하다"며 "증시활황이 기업들의 코스닥 진출 열기를 낳은 셈"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기업공개등록팀 관계자는 "이 달 들어 기업들로부터 기업공개 절차 등을 묻는 전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보유주식 매각=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차익을 챙길 수 있는데다,연말이 다가오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특히 최근 출자지분을 처분하는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우량주들이다.

신도리코는 26일 하나은행 주식 10만주를 1백38억원에 처분했다.이달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 총 34만주를 분할 매도했다.신도리코는 1996년부터 하나은행 주식에 투자해 왔는데 주당 평균 매입단가는 7천8백원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동국제강도 99년에 사두었던 포항제철 주식 52만여주를 12월 말까지 전량 처분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포항제철 주식이 평균 매입단가(11만5천원)수준을 회복하고 있다"며 "이사회에서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가가 매입단가보다 높을 경우 처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10년이상 장기 보유했던 주식을 처분한 기업도 있다.비비안은 지난 90년 장기신용은행 주식을 주당 1만6천원에 사 국민은행으로 합병된 후에도 계속 갖고 있었는데 최근 모두 팔았다.매각대금은 3억7천여만원으로 2억원가량 차익을 남겼다.

이밖에 국순당·대우인터내셔널·맥슨텔레콤 등도 우량주를 대거 처분했다.

하재식·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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