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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이란핵 해결 돌파구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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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브라질·이란·터키 정상 등이 1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이뤄진 핵 협상에서 합의를 이룬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셀소 아모린 브라질 외무장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 아흐멧 다부코글루 터키 외무장관. [테헤란 로이터=뉴시스]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던 서방과 이란의 핵협상에 돌파구가 뚫렸다. 이란이 17일(현지시간) 자국이 보유 중인 저농축 우라늄을 터키에서 민수용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핵 연료와 맞바꾸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가 보유한 3.5% 농도의 우라늄 1200㎏을 터키로 반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이란과 관계가 좋은 터키와 브라질이 이란 측을 설득해 성사됐다.

합의 내용은 그간 서방이 줄기차게 이란에 요구한 바와 거의 일치한다. 이란은 지난해 10월 P5+1(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 국가들과 3.5% 농도의 우라늄 보유분 1500㎏ 가운데 1200㎏을 러시아와 프랑스로 보내 의료용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20% 농도의 핵연료로 되돌려 받는 데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등 이란 최고 지도자들이 “고작 20% 농축 우라늄을 얻으려고 우리 우라늄을 넘길 수 없다”며 합의를 번복했다. 이란은 지난해 11월과 올 2월엔 “우라늄 농축을 재개하겠다”며 농축시설 신축을 선언하기도 했다. 핵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미국 등 서방은 이란을 비난하며 4차 유엔 안보리 제재를 촉구해 왔다.

이번 합의로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의 이란 제재 움직임은 힘이 빠지게 됐다. 이란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제재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과 영국은 이란 제재를 밀어붙일 태세다. 이란이 우라늄 맞교환에 합의한 것과 별개로 우라늄 농축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만큼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알리 아크바르 이란 원자력기구 대표는 “브라질 등과의 협상과 이란의 우라늄 농축 작업은 별개”라며 “의료용 우라늄 농축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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