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앞당기는 고속철] 경기 살리고 농심도 얻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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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을 2년 앞당겨 추진키로 한 것은 영남지역 민심을 겨냥한 선거용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침체된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전망이다.

5조7천억원에 이르는 2단계 사업비를 조기 집행하므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통한 국가 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대전 역사(驛舍)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2008년까지 서울~부산 구간이 완공되더라도 한동안 '반쪽 고속철'로 운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 사업 개요=경부고속철도는 서울~부산 4백12㎞를 최고 시속 3백㎞로 달릴 수 있도록 1992년 6월 착공됐다.1단계 12조7천3백77억원을 포함해 총 18조4천3백58억원이 투입되며 사업비는 국고 45%,고속철도공단 자체조달 55%로 마련된다.

2단계 사업이 완전히 끝나는 2010년 서울~부산 운행시간은 1시간56분으로 단축된다.

2단계 사업의 골자는 대구~경주~부산 노선과 대전.대구 도심 통과 구간 건설 공사다. 대전.대구 도심 구간은 연구 용역을 통해 완전 지하화.반지하화.지상화 등 세 가지 건설 방식을 비교 검토해 내년 말까지 결정한다. 대구~부산 구간은 내년 상반기 기본계획을 변경한 뒤 6,7월께 착공할 예정이다.

◇ 2단계 조기 착공 배경=2단계 사업비 5조6천9백억원 중 노반 공사비만 4조에 달해 내년부터 연 6천억원 규모 건설 공사가 발주되는 효과가 있다. 또 1단계 사업 노반공사가 끝나면서 그동안 투입된 약 3만명의 인력과 5천억원 상당의 장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조기 착공이 불가피하다는게 건교부 설명이다.

하지만 부산.경주 지역 반발이 조기 착공의 주요 이유라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지역 민심을 사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 고속철이 완공되면=우선 서울~대구 1단계 공사가 끝나면 현재 하루 25만명선인 경부선 이용자 가운데 15만명 정도가 고속철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2단계 공사가 마무리될 경우 운행시간이 다시 25분쯤 단축되고 이용객 수는 25만명 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건교부는 예상한다.

◇ 대전.대구 역사=90년 최초 계획 당시 지하로 건설하려던 대전(22㎞).대구(32㎞) 시내 구간은 93년 지상화,95년 다시 지하화로 바뀌는 등 갈팡질팡이다.도시 양분화와 소음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그러나 건교부는 "고속철도역을 지하에 건설하려면 땅속 60m 이상 내려가야 하므로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김창우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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