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평] 대통령제 정착을 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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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 상반기 정치권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의 도입이었다. 4년 중임제는 현행 5년 단임제 아래에서 발생하는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통령제의 도입은 지역정치의 극복과 대통령에 대한 권력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제안됐다.

*** 重任制 등 임기 초 논의를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제도 도입의 장.단점에 대한 객관적인 논의가 아닌 그 이면의 정치적 파장 때문에 여야간의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나 다행스럽게 진정됐다. 이제 정치적 논쟁을 떠나 현행 대통령제가 유지된다는 것을 가정해 우리 대통령제의 제도적 정착을 위해 몇가지 대안들을 고려해 보자.

첫째, 내년 대선에서 당선되는 대통령은 그것이 우리나라에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과 부통령제의 도입을 임기 초기에 공론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당파적인 전문가로 이뤄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러한 제도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현재 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분리 실시돼 국가적 자원의 낭비가 심하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실례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우 1998년 취임 직후 지방선거와 지난해의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고 내년에는 지방선거와 대선을 치르게 된다.

이러한 선거의 연속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있어 정치적 고려를 강조하게 돼 조기 레임덕 등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더욱 악화시킨다. 따라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통합 또는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의 통합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셋째, 우리 예산 회기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임을 고려할 때 국정의 일관성, 특히 국가 예산의 혼란없는 심의와 통제를 위해 현행 5년마다 치르는 대선일인 12월 18일을 다음 2007년 대선부터는 9월 18일 또는 10월 18일로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선거일을 앞당기면 대통령 당선자의 국정비전이 대선 다음 연도 국가예산에 직접 반영될 수 있어 예산의 편성 및 집행의 계속성과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국회도 대선과 관계없이 그해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와 새 예산안에 대한 심의에 보다 전념할 수 있다.

넷째, 대통령 당선자의 보다 안정적이고 치밀한 국정운영 준비, 특히 안정적인 정권인수와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법 규정을 통해 당선자의 권한을 명확히 하고 적극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당선자가 취임하기 전까지 국가경영 준비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취임 후 국정수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케네디 대통령 당시 '대통령 인수 인계법'을 제정하고 당선자가 취임할 때까지 봉급과 정부 구성 비용으로 약 3백50만달러를 보조하고 있다.

다섯째, 우리의 경우 평화적 정권교체의 경험이 적고 행여 있다 하더라도 재임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노태우 대통령으로),어느 정도의 방어적 지원(盧대통령으로부터 YS로), 그리고 권력 공백의 상황(YS로부터 DJ로)에서 이뤄졌다.

*** 통치관련 문서 보존돼야

따라서 내년 12월 18일에 선출돼 2003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당선자의 안정적인 정권인수와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직자 존안자료 등 현 정부의 국정에 대한 기록문서가 파기.은닉.훼손되지 않고 후임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 정부는 99년 국정의 투명성과 책임행정을 보장하고 후대에 기록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 공포했다. 우리는 이 법을 더욱 보완하고 공정한 집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통령의 통치문서는 더 이상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소유물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통치와 관련된 공문서.회의록.비공식 보고서 등은 보존돼야 하며 임기 종료 6개월 전부터는 정부기록보존소로 이관돼야 한다.

결국 성공적인 대통령을 위해서는 훌륭한 인물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咸成得 (고려대 교수 ·대통령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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