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김주성 "튀는건 싫지만 지는건 더 싫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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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아마농구 최대어(最大魚)'.

2m5㎝의 훤칠한 키에 더벅머리 김주성(23.중앙대4).

그의 대학 졸업이 가까워지자 프로농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올 프로농구 코트에 신인 바람이 거세다보니 2002년 1월 말에 실시될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그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 타고난 키와 스피드

농구가 좋아 농구공을 잡진 않았다. 부산 동아고에 진학할 당시 키가 1m88㎝였다. 키가 큰 장점을 살리고 싶었고 어려운 가정 형편도 고려해 체육특기생의 길을 택했다. 타고난 키와 순발력 덕분에 적응이 빨랐다. 운동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돼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4강에 들면서 '대어'라는 칭찬을 들었다.

튀는 게 싫어 K대와 Y대 대신 중앙대에 진학했다는 그는 대학시절 송영진(23.LG 세이커스).임재현(24.SK 나이츠)과 더불어 1980년대 김유택-허재-강동희 트리오가 일궈낸 중앙대 전성시대를 부활시켰다.

98년 시작된 대학농구연맹전 6연패를 비롯, 지난해 MBC배 우승 등 수없이 정상에 올랐다.3학년 때는 99~2000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지난 24일 끝난 제38회 대학농구연맹전 2차 대회에서 중앙대를 우승으로 이끌며 득점상.수비상.리바운드상을 휩쓸었다.

무엇보다 그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지난 5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동아시안게임에서다. 비록 한국팀은 5위에 머물렀지만 5년 만에 '만리장성'을 넘었다. 그 때 김주성은 중국의 왕즈즈(2m14㎝.현 미국프로농구 댈러스 매버릭스)를 능가하는 플레이로 일약 국제적인 재목감으로 떠올랐다.

"제가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저 스스로 2백% 열심히 한 경기라고 생각해요."

◇ "실(實)한 녀석"

이번 대학농구연맹전은 출전이 불투명했었다. 9월 중순 훈련 중 허리를 다쳐 통증에 시달렸고 더 큰 부상 위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일 감독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어요. 지난 9월에 감독으로 오신 후 첫 경기인데 좋은 성적을 내길 바랐거든요."

그와 가장 많은 대학 시간을 보냈던 김태환 LG 세이커스 감독은 이런 그를 "참으로 실한 녀석"이라고 평한다.

그는 부산 신발공장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잔병치레가 많아 만류하던 어머니 걱정을 뒤로 하고 집 사정을 생각해 농구선수의 길을 택했다. 96년 경기가 나빠지고 아버지가 해고되자 하나 있는 여동생(김향란.21.흥국생명 배구팀)도 체육 특기생의 길을 택했다. 여동생이 실업배구팀에 진출해 번 생활비로 2년 전 부모님은 서울 신림동에 방 세칸짜리 전세집을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

"이제 프로에 진출하면 체면이 서겠죠. 그동안 장남이 집안을 위해 한 게 아무 것도 없으니."

◇ 체중 늘리기

사진 한 컷 찍자니 눈빛을 어디에 고정해야 할지 모르는 수줍음 많은 그는 코트에만 서면 무섭게 변한다.

"지는 건 싫어요. 스스로 강해지려고 맘을 먹곤 하죠."

그는 1년 선배인 송영진(1m98㎝)과 닮은 점이 많다. 키가 크면서도 스피드가 있고 정확한 외곽슛, 근성까지 겸비했다. 송영진이 프로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체중 늘리기였다. 김주성도 그 필요성을 느낀다.

"우선 힘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요.프로에서 정통 센터로 활약하려면 외국인 선수들과도 몸싸움을 해야 할테니까요. 지금 94㎏인데 10㎏ 정도는 더 늘릴 생각이에요."

현행 드래프트 제도 아래에서 그를 선택할 수 있는 팀은 모비스 오토몬스.삼보 엑써스.동양 오리온스.코리아텐더 푸르미 등 네팀이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어느 팀에 가고 싶으냐는 질문도 무의미하다.

다만 그는 말한다.

"저는 센터잖아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가드와 함께 뛰고 싶을 뿐이에요."

글=문병주,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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