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 올 680만원으로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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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서울 아파트 분양가의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른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가 올해 11차례 나온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 2만4천3백여가구의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평당 평균 6백80만원으로 올초보다 지역별로 평당 20만~1백5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http://www.joinsland.com 참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오름세는 기존 아파트값 상승을 가져올 뿐 아니라 내집 마련 희망자에게 지나치게 가격 부담을 안겨 주택시장을 위축시킬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아파트 분양가가 상당히 오른 만큼 분양권 전매에 따른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실수요 위주로 청약지역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얼마나 올랐나=1997년 4백64만원이던 서울의 평당 분양가는 올해 6백80만원으로 치솟았다. 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4년 만에 47%나 올랐다.

이대로라면 내년 평균 분양가는 평당 7백만원을 넘을 전망이다.

강남권의 경우 서초구 방배동에서 지난 3차 때 공급된 23평형이 평당 7백75만원이었지만 이번 11차에는 8백96만원으로 평당 1백20여만원 뛰었다. 40평형대도 9백91만원(4차)에서 1천1백40만원(11차)으로 치솟았다.

특히 강남구는 올해 공급된 9곳 1천1백49가구 중 94%인 1천87가구가 평당 1천만~2천만원이었다.

논현동 동양파라곤(10차) 90평형은 분양가가 평당 3천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서초구 서초.방배동과 마포구 한강 조망권 아파트도 고급화.대형화 바람을 타고 대부분 평당 1천만원을 넘었다.

실수요자들이 찾는 지역도 값이 오르기는 마찬가지다. 강서구 내발산동은 지난 2차 때 23~31평형이 평당 4백35만~4백91만원에 분양됐으나 지난달(10차)에는 5백76만~6백46만원으로 평당 1백50만원 이상 높아졌다.

구로구 신도림동 32평형은 평당 6백13만원(5.6차)에서 6백68만원(11차)으로, 강서구 방화동 32평형은 5백89만원(6차)에서 6백27만원(11차)으로 40만~50만원 올랐다.

올들어 꾸준히 아파트가 분양된 도봉구 창동, 중랑구 묵동, 은평구 갈현동 등 강북지역도 평당 20만~50만원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 왜 오르나=주택업체들은 분양가가 오르는 이유를 수요자들의 취향에 맞게 마감재를 고급화하고 조경.평면을 새롭게 꾸미면서 원가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땅값이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마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공사비의 20%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부동산 114 김희선 상무는 "분양권 전매제도가 실시되기 전에는 주택업체들이 주변 시세의 70%선에서 분양가를 결정했지만 요즘엔 대부분 90%선까지 올려 잡고 있는 데다 서울지역의 경우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이 별로 없어 공급자가 가격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공급이 일부 대형업체에 치우쳐 있는 것도 분양가 인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대형 업체들이 공급하는 아파트는 브랜드 값까지 합쳐 같은 지역인데도 중소업체에 비해 평당 1백만원 이상 비싸게 분양된 곳이 많다.

주택산업연구원 구본창 연구위원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주택투자금융을 활성화해 대형업체보다 원가부담이 작은 중소업체들이 분양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혀 줄 경우 분양가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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