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가 원한광 박사, 조용히 한국 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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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연세대와 세브란스병원 등을 설립하고 4대에 걸쳐 한국 사회 발전에 기여한 언더우드 가문의 4세 원한광(61.미국명 호러스 호튼 언더우드.사진)박사가 26일 오전 부인 낸시 여사와 함께 한국을 떠났다.

원 박사는 이날 오전 11시 인천공항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욕에 도착한 뒤 원박사는 큰 아들이 사는 워싱턴 DC에 거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 박사의 출국은 비밀리에 진행됐다.11월말께 언더우드 가문이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사실이 지난 5월 언론을 통해 미리 알려지면서 원 박사가 출국 일정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9월 마지막 강연회에서 "미국으로 거처만 옮기는 것이고 앞으로도 한국에 계속, 그리고 자주 들어올 것"이라며 "떠나는 것이 아니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원박사는 또 "신문에 떠난다고 크게 보도돼 놀랐다"면서 "한국에 정말 자주 올텐데 떠난다고 했다가 들어온다고 하면 언론이 잘못 보도한 것이거나 내가 이상해지게 되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원 박사는 출국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세대에 알리지 않은채 비행기표를 직접 예약하고 자신의 돈으로 표를 샀다. 출국 직전 공항에서 연세대에 전화를 걸어 "이제 떠난다"고 작별인사를 보내왔다고 대학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원박사의 연세대내 사택과 사무실은 그대로 유지된다. 원박사가 학교법인 연세대 이사회 회원 자격을 갖고 있고 내년 1월말 이사회 참석차 입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원 박사가 출국했지만 언더우드가문 모두가 한국을 떠난 것은 아니다.그의 동생인 원한석(49.미국명 피터 언더우드)씨가 한국에 남아 개인 컨설팅 회사에서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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