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통합거래소 이사장 인사의 난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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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초대 통합거래소 이사장을 뽑는 작업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민간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줄줄이 사퇴하는 바람에 선임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통합 거래소는 증권거래소.코스닥거래소.선물거래소 등 증권거래기구를 합친 공공적 성격의 민간기구로 내년 1월 말에 출범할 예정이다. 그동안 통합 방식과 소재지를 두고 논란과 진통을 거듭한 끝에 겨우 합의안을 마련해 통합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거래소 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초대 이사장을 뽑는 작업이 추천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정작업의 혼선이 청와대의 입김 때문이라는 소문이다. 이사장은 민간 추천위원회가 3배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통합추진위원회가 1~2명으로 압축해 통합거래소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 절차에 따라 민간 추천위원회는 3명의 후보를 선정해 통합추진위에 추천했는데 청와대가 여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후보들이 모두 재정경제부 출신 전직 관료들이란 게 이유라고 한다. 청와대가 재경부 출신을 기피하는 배경은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항간에는 금융기관장 자리를 재경부 출신 인사들이 독차지하는 데 대한 비판의 눈길이 따갑다. 그러나 후보들에게 결격사유가 없고, 정당한 절차에 의해 추천된 것이라면 청와대가 후보추천 과정에 개입할 일은 아니다. 주무부처인 재경부의 김광림 차관은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청와대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인사개입의 진짜 이유가 청와대가 지역연고를 감안해 점찍어 둔 인사가 3배수 후보군에조차 끼지 못했기 때문이란 소리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여정부가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온 공기업과 공공기관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여지없이 무너진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인사를 둘러싼 혼선과 잡음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원칙에 충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