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제언] 말기간암치료제 보험 제외, 문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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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은 암 사망률 2위의 심각한 질환임에도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의 간암은 약 90%가 B형 또는 C형 간염이 원인이며, 간경변을 동반해 예후가 좋지 않다. 또 치료제 개발에서도 소외돼 일명 ‘고아암’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렇듯 경제적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말기 간암 환자의 치료 환경은 쉽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유일한 말기 간암 치료제인 소라페닙의 경우 지난해 7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말기 간암에 대한 보험급여가 상정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는 약가와 약효를 평가해 가격대비 효과가 우수한 약품에 보험급여를 허용하는 제도다. 취지는 좋으나 이 제도는 임상적 유용성이 인정된 신약의 보험급여나 약가등재를 어렵게 만들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뚜렷한 치료 대안이 없는 말기 간암 환자들에게 생명 연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효능이 입증된 최신 항암제가 소개돼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아닌가.

작년 12월부터 시행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서도 말기 간암환자들은 소외됐다. 기존 암환자의 본인 부담액을 10%에서 5%로 경감시켰지만, 대상은 예전에 보험이 등재된 항암제를 투여받고 있는 환자들이라 말기 간암 환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암들과 형평성 문제도 있다. 폐암·대장암·유방암 등 다른 암 질환에서는 같은 2군 항암제임에도 보험 적용이 이뤄지는 반면 치료 대안이 없는 간암에서 유독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말기 간암 환자들이 최소한의 치료를 선택할 권리가 무시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최소한의 치료 기회가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당국에 간절히 요청 드린다.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 간암전문클리닉 한광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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