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고객 잡으려면 와이파이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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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요즘 서울 남산타워는 밤마다 공사가 한창이다. 근거리 무선통신을 뜻하는 와이파이(WiFi)망을 설치하는 일이다. 이번 주에 공사가 끝나면 남산타워 7층이 모두 와이파이존이 된다. 이 타워 운영업체인 CJ ‘N시티’는 이에 맞춰 대대적인 홍보전을 벌일 참이다. ‘남산타워에 와이파이가 통한다’는 점을 내세워 젊은 손님을 많이 끌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 운영팀의 이상화씨는 “우리가 KT에 와이파이를 깔아달라고 먼저 제안했다. 스마트폰 고객이 늘면서 와이파이 수요가 늘어나는 데 착안했다”고 말했다.

◆유행어 된 와이파이=와이파이라는 말은 지난해만 해도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말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 붐이 일면서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와이파이를 되뇌게 됐다. KT와 SK텔레콤은 와이파이존 개설 경쟁이 붙어 웬만한 쇼핑몰·영화관·커피전문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마다 와이파이 인프라가 속속 구축되고 있다. 무선인터넷의 주 수요층인 젊은이를 잡으려면 와이파이존이 필수가 됐다.

예전엔 통신업체들이 와이파이를 깔아주겠다고 해도 장소를 제공하는 쪽에서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고속인터넷망을 끌어오고 무선접속장치(AP)를 설치하는 공사가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확산이 분위기를 확 바꿔놨다. 남산타워처럼 와이파이를 깔아달라 요청하는 경우가 통신업체들에 잇따르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KT 와이파이존인 ‘쿡앤쇼 존’이 있는데도, SK텔레콤의 ‘개방형 와이파이존’을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CGV의 이상규 홍보팀장은 “소비자 혜택이 늘어난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반인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SK텔레콤 고객센터에는 “우리 집에도 와이파이를 구축해 달라”는 주부, “우리 가게에 깔아줄 수 있느냐”는 영세 자영업자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 회사 홍보실의 송광현 매니저는 “일단은 공공장소가 먼저다. 인프라 효율성과 우선순위를 고려하다 보니 요청에 모두 응하지는 못한다”고 전했다.

◆제2 ‘통신대전’의 도화선=KT는 ‘지금은 와이파이 시대’라는 제목의 TV방송 비교광고를 최근 시작했다. “와이파이가 되는 쿡앤쇼존은 전국 1만3000개, 다른 통신사는 몇 개죠?”라는 멘트가 나온다. 경쟁사의 와이파이존이 보잘것없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와이파이존을 둘러싼 KT와 SK텔레콤의 신경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10년 전 이동전화의 통화품질 경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는 와이파이존 구축에 미온적이던 SK텔레콤이 지난달 말 ‘개방형 와이파이존 1만 개 구축’을 선언한 이후의 분위기다. 와이파이 분야에서 독주하던 KT에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KT의 와이파이존은 KT의 요금제에 가입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와이파이존을 다른 회사 휴대전화 가입자에도 개방하기로 했다. 통합LG텔레콤은 하반기를 노린다.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화하는 하반기부터 전국 160만여 가정에 깔린 이 회사 와이파이존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국내 와이파이존 규모=KT는 현재 구축된 1만6000여 곳의 ‘쿡앤쇼존(옛 네스팟존)’에 1만1000개를 더해 2만7000개를 연내 구축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1만 개를 구축하고 있다. 통합LG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 ‘myLG070’ 가입자들에게 나눠준 AP로 인해 구축된 가정 내 와이파이존이 160만여 개다. 또 각 기업이나 빌딩에서 자체적으로 구축한 무선랜망과, 개인이 자신의 집에 무선공유기를 달아서 구축한 와이파이망이 300만~500만 개 정도다. 앞으로 이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무선인터넷 활성화 종합계획’을 통해 내년 말까지 와이파이 이용 지역 규모에서 세계 3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박혜민 기자.

◆와이파이(WiFi)=‘Wireless Fidelity’의 약자. 전파를 통한 근거리 무선데이터 통신망을 일컫는다. 초고속인터넷망에 무선접속장치(AP)를 연결시키면 AP를 중심으로 반경 수백m가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구역(와이파이존)이 된다. 이 구역에서는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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