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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세인고 대안학습 첫 결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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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해 대입 수시모집에서 2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 명지대 영어영문학과에 당당히 합격한 전북 완주 세인고 3년 金달현(20)군은 3년 전 만 해도 이른바 '문제학생'이었다.

1999년 초 서울의 모 고교 3학년 진급을 앞두고 있던 金군은 성적이 바닥을 헤매자 술과 담배에 빠지기 시작했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가출을 밥먹듯이 하는 등 자포자기했다.

아들의 탈선에 속수무책이었던 金군의 부모는 "인생의 낙오자가 돼서야 쓰겠느냐"며 때마침 '문제아는 다 모여라'라는 구호와 함께 신입생을 모집 중인 세인고로 옮길 것을 호소했고, 金군은 마지못해 이 시골학교로 재입학을 맘먹었다.

자진해 1학년으로 낮춰 들어간 金군은 입학 당시만해도 '아줌마(aunt)'와 '개미(ant)'등의 영어 단어도 헷갈릴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러던 그가 3년이 지난 지금 영어회화를 술술하고 성적도 좋은 모범생으로 확 바뀌어 대학생 배지를 달게 된 것이다.

99년 3월 전북 완주군 화산면에 대안학교로 문을 연 세인고(교장 송재신.69)가 독특한 열린 교육으로 교육계에 새바람을 몰고오고 있다.

개교 당시 '성적은 중하위권 이하, 가정.학교와 불화가 있는 문제학생'으로 엉뚱하게(□) 입학 자격을 제한해 관심을 모았던 이 학교(교육부 인가)가 설립 3년 만에 문제아들을 우수한 인재로 바꾸어 놓은 것.

내년 2월 졸업하는 고3생 37명 중 金군 말고도 학생부 성적과 면접.적성 등으로 신입생을 뽑는 수시모집에서 한신대 3명, 한동대.한일장신대 각각 2명 등 모두 8명이 합격했다. 또 2명은 미국과 중국에 유학을 준비 중이며, 나머지 27명도 90% 정도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것으로 학교측은 보고 있다.

입학 전 '골초'였다가 H대 체육학과에 합격한 宋모(18)양은 "입학 후에도 줄담배를 피웠지만 학교생활이 재미있어 나도 모르게 담배도 끊고 공부에 머리를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3학년 중 꼴찌를 하던 崔주영(18)군은 고교생으로는 유일하게 '서울 국제 청소년영화제 5컷 부문'에서 본선에 진출한 덕분에 성공회대에 진학해 영화감독의 꿈을 키울 예정이다.

외아들 정환(미국 유학 준비 중)군을 이 학교에 보낸 鄭현교(서울대 공대)교수는 "처음엔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여서 무모한 결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며 "그러나 아이가 기대 이상으로 올바르게 성장해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세인고는 파격적인 학교 운영 등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들어 매년 5~6대1의 입학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완주=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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