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철, 모든 직무 해임” 이례적 공개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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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왼쪽) 국방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는 김일철.

북한 국방위원회가 김일철(80) 국방위 위원 겸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을 연령상 관계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는 결정을 13일 내렸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북한이 고령을 이유로 고위급 군 인사를 해임하고 이를 공표하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번 해임은 지난해 11월 10일 대청해전 이후 김명국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대장에서 상장(중장)으로 강등됐다가 천안함 침몰사건 뒤 대장으로 복귀하는 등의 조치와 맞물려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중국 방문 때 수행했던 이명수 국방위 행정국장도 최근 대장에서 상장으로 강등됐다.

김일철은 1982년 해군사령관에 임명된 지 10년 만에 대장으로 승진했고, 97년 차수로 진급하면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에 기용됐다.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한 98년 9월에는 국방위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에 올랐다. 이후 11년 동안 같은 직책을 유지하다 지난해 2월 김영춘에게 인민무력부장을 내주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으로 강등됐다.

그의 해임이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 고위급 실세의 경우 나이나 건강 문제로 해임되지 않고 사망 때까지 직책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방위원회 멤버 가운데 조명록(82) 제1부위원장, 이용무(87) 부위원장, 전병호(84) 위원은 그보다 나이가 많지만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조명록은 지병으로 몇 년 전부터 거의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김일철은 지난 4월 30일 김중린 노동당 비서의 장례식에 모습을 나타낸 만큼 건강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의 해임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북한의 발표대로 연령상 이유라면 군부 세대교체의 신호탄일 수 있다. 고령화한 간부를 퇴진시키고 새 피를 수혈하는 작업이다. 김정일은 지난달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100명을 장성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이는 김정일의 3남 정은으로의 후계체제와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김일철의 개인적인 과오다. 김일성대 출신인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원래 김일철은 달변이고 가끔 말 실수를 했다”며 “지난해 인민무력부 1부부장으로 밀려난 뒤 불평불만이 많았을 것 같고, 이런 것이 계속되면서 해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리 연루, 업무 부진에 대한 문책 등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는 남북대화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사에 대한 견제일 수 있다. 김일철은 2000년 9월 방한해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했다. 최근 상장으로 강등된 이명수 작전국장도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송별 오찬에 참석해 우리 측 인사들과 접촉한 바 있다. 최근의 남북관계를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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