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수 3명 공동집필 논문 '외국 표절' 망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세계적인 통신분야의 학회 전문지에 한국 교수 3명이 공동 집필한 논문이 외국 논문을 표절,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세계 1백50개국 교수와 학생 등 35만명이 가입한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산하 통신학회지(誌) '커뮤니케이션스 매거진' 11월호에서 쿠오 편집장이 공개해 드러났다.

이 학회지에는 논문을 표절한 3명 가운데 2명의 공식 사과문도 함께 게재됐다.

쿠오 편집장은 "지난 5월호에 게재된 한국 교수 3인의 공동 논문이 캐나다 빅토리아대 교수 등의 논문을 상당 부분 표절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논문 표절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더러운 짓이며 연구자의 창조적 가능성을 죽인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표절을 한 것으로 밝혀진 국내 학자는 지방의 K대 朴모(전자전기컴퓨터학부).D대 白모(인터넷공학부).P대 洪모(컴퓨터공학과)교수로 이중 白교수는 朴교수의 제자.

'커뮤니케이션스 매거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월호에 실은 논문 '유틸리티 모델을 사용하는 멀티미디어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서비스 레벨 약정 관리'(100~106쪽)에서 캐나다 빅토리아대 매닝 교수 등 외국 교수 3명의 논문 중 스물아홉 구절과 세개의 도형.모델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학회지 11월호는 국내 교수들의 논문내용과 원본을 대조, 표절 사실을 증명해 놨다.

朴.白교수는 학회지에 실린 사과문에서 "매닝 교수 등의 모델과 도형, 컨셉트 등을 적절한 참조표시 등이 없이 재사용해(reproduced) 매우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白교수는 "표절 사실을 인정한다"며 "朴교수와 洪교수는 논문에 이름만 올렸을 뿐 논문 작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朴교수는 "당시 논문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고 있는 IEEE 검증을 거쳤기 때문에 표절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洪교수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같은 표절 사실이 알려지자 D.K대 등 관련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엔 이들을 비판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이승우'씨는 朴교수가 재직 중인 K대 학과 홈페이지 게시판에 '표절사건'이라는 제목 아래 "사과문을 읽어 보니 주 저자는 아무 것도 몰랐고,두번째 저자가 모든 일을 저질렀다고 돼있더군요"라며 "한번이라도 논문을 써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게 얼마나 말이 안되는 소리인지 금방 알 것"이라고 개탄했다.

또 '나그네'라는 ID의 네티즌은 "국제적 망신 아닙니까□ 이제 IEEA에 한국 논문 내기가 꽤 어려워지겠군요"라고 적었다.

이밖에 D대 인터넷 홈페이지에 '유학생'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어떻게 남의 논문을 표절한 교수가 뻔뻔하게 강단에 설 수 있느냐"며 "그러면서 학생들에겐 커닝하지 말라고 하겠죠"라는 글을 올려 비꼬았다.

대구=송의호.조문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