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추곡수매가 인하 건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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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농민이 재배한 쌀을 사줄 때 매기는 값(추곡 수매가)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농림부 장관 자문기구로 추곡 수매가를 건의하는 양곡유통위원회(위원장 정영일 서울대 교수)는 16일 격론 끝에 내년 추곡 수매가를 올해보다 4~5% 낮추자는 건의안을 표결로 확정했다.

이는 정부가 쌀을 비싸게 사줌으로써 농민들의 소득을 받쳐주는 지금까지의 정책을 바꾸자는 뜻이다.

쌀 등 농수축산물의 수입 개방이 확대될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뉴라운드)가 논의되는 시점에 양곡유통위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농업 정책을 건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계속 늘어오던 벼 재배 면적이 내년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추곡 수매가는 1994, 95, 97년에 동결됐을 뿐 해마다 4~7% 인상돼 왔으며, 양곡유통위가 추곡 수매가 인하를 건의한 것은 처음이다. 올해 추곡 수매가는 80㎏들이 한가마에 16만7천7백20원이다.

양곡유통위는 생산자 대표 5명,소비자 대표 5명, 학계 인사 5명, 언론인 2명, 유통 분야 인사 3명 등 모두 20명의 민간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회의에서 생산자 대표들은 농민의 주 소득원인 쌀 수매가를 내릴 수 없다고 주장해 격론이 벌어졌는데, 표결 결과 수매가 인하 의견이 더 많았다.

생산자 대표 중 전국농민회총연맹 대표는 퇴장하고 4명이 기권한 가운데 15명의 위원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13명이 인하안을 내고 두명은 동결하자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이번 건의안을 바탕으로 내년 추곡 수매가 동의안을 마련해 이달 중 정기국회에 올릴 예정이다. 양곡유통위는 쌀보리에 대해서는 4~5%를, 겉보리는 1~2% 내리도록 건의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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