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검찰이 이 지경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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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진승현 게이트'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에 대한 축소.은폐 지적으로 재수사가 시작되고,'이용호(李容湖)게이트' 특검제 도입이 합의된 16일 일선 검사들은 허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검찰 내 대표적 특수수사 전담부서인 대검 중수부와 서울지검 특수1부의 수사 결과가 여론의 비판 끝에 '재수사' 대상이 되자 "검찰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느냐"는 반응들이었다.

"당시 수사팀과 서울지검 간부들이 지나치게 권력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며 "전체 사건 중 1%도 안되는 권력형 비리사건과 일부 정치검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해 검찰 전체가 만신창이가 됐다"고 흥분하기도 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지난해 陳씨의 로비 창구로 알려졌던 김재환(金在桓)전 MCI코리아 회장이 陳씨로부터 받은 로비자금의 사용처를 진술했는데도 불구하고 조서에 실명을 기재하지 않고 확인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지방의 한 검사는 "지난해 9월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으로 박지원(朴智元)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까지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 검찰에 불만을 토로하자 일부 간부가 앞장서 정치권을 의식한 발언을 했고,그 이후 이같은 사태가 빚어졌다"고 비판했다.

서울고검의 한 검사도 "당시 김각영(金珏泳)서울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간부들이 '정현준.진승현 사건에서 정치권 등 권력기관의 개입 혐의는 전혀 없었다. 여론의 의혹만으로는 수사할 수 없다'고 하더니 그 결과가 이거냐"면서 "한두번도 아니고 큰 사건만 터지면 검찰이 동네북이 되니 큰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검 고위 간부들은 李씨 사건에 대한 특검제 실시에 대해 "검찰 수사 결과가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 된 데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수사해 왔다"며 "특검의 결론도 우리것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장담한다"고 말했다.

정용환.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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