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일 외교 회담 핵심 의제는 천안함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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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천안함 외교’가 한창이다. 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 중국 등 당사국과 관련국들의 외교 행보가 한층 부산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물적·정황적 증거가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대로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에 대비한 외교적 대응방안이 물밑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그제 중국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한 시간 넘게 통화하면서 천안함 사태를 중점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장관은 2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 대화에 참석하는 길에 방한(訪韓)할 가능성도 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수행해 베이징을 방문했던 성 김 미 6자회담 특사가 그제 서울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와 만났다. 이런 와중에 내일과 모레 경주에서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다.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 3국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처음이다. 천안함 사태는 당연히 이 회담의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

경주 외교장관 회담은 이달 말 제주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의 예비회담 성격을 띠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3국 간 협력 방안과 동아시아 공동체 추진 구상이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전혀 예기치 않았던 중대한 사태가 터진 만큼 우선순위를 바꿔 천안함 사태를 중점 논의하면서 나머지 문제도 논의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서해는 한·중·일 3국의 내해(內海)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3국 간 물류(物流)의 거의 대부분이 서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서해에서의 안전한 통항(通航)은 세 나라의 사활적(死活的) 이해와 직결된 문제다. 그런 서해에서 멀쩡하던 군함이 폭발해 수십 명이 사망한 사건은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문제요, 일본의 문제인 것이다. 남의 일이 아니라 피해 당사자라는 인식을 갖고 공동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정부는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를 중국과 일본 측에 상세히 설명하고, 공동 대응 원칙을 이끌어 내야 한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책임소재가 밝혀지면 가해자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국과 일본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정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6자회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국제법적 원칙과 규범에 따라 천안함 사태를 처리하는 것이 책임 있는 대국(大國)의 행동임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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