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신고 묵살… 세남매 불에 타 사망·중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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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찰이 방화미수 사건을 수사하면서 신고자의 신변보호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사이 실제로 화재가 발생, 신고자의 세자녀 가운데 한명이 목숨을 잃고 두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16일 0시5분쯤 광주시 광산구 송정동 趙모(30.여.다방업)씨 집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 안방에서 잠을 자던 趙씨의 둘째 아들 金모(8.초등1)군이 숨지고 큰아들(9)과 막내딸(6)이 중화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趙씨와 남편 金모(38.무직)씨는 다방일 등으로 집에 있지 않아 화를 면했다.

趙씨는 지난 15일 오후 5시20분쯤 자신의 집에 심부름을 다녀온 종업원 金모(19)군이 "20대 남자 3명이 대문에 휘발유를 뿌리고 달아나는 것을 봤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앞서 趙씨는 14일 오후 10시30분쯤 '다 죽여버릴 거야. 오늘밤 조심해'라는 글씨가 대문에 색연필로 쓰여져 있는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었다.

15일 오후 6시10분쯤 趙씨 집에 출동한 경찰은 거실과 안방에 옷가지가 흐트러져 있고 휘발유가 뿌려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趙씨가 "불안하니 오늘밤 집을 지켜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趙씨는 이날 오후 9시쯤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신변보호를 다시 요청했으나 "방화범이 오면 그 때 전화하라"며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신변보호를 해 줄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피해자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식 신변보호 요청도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다방 여종업원 李모(20)씨가 지난 15일 결근문제로 趙씨와 심하게 다툰 뒤 그만뒀고 같은날 李씨의 남자 친구인 金모(25)씨를 趙씨 집 주변에서 보았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 金씨와 李씨를 찾고 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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