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와인 저장고 등급제 첫 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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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주세 면제 정책으로 와인 물류의 허브로 급성장한 홍콩에서 와인 저장고 등급제가 첫 선을 보였다.

프랑스처럼 그랑 크뤼급부터 테이블 와인까지 와인의 등급을 매기는 경우는 있지만 와인 저장고의 등급을 나눠 인증서를 발급하는 사례는 홍콩이 처음이다.

홍콩경제일보는 13일 “홍콩 품질보증국이 최고급 와인을 보관하는 저장고와 대중 와인 저장고 9곳에 대해 인증서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와인 저장고 가운데 1등급인 ‘최고급 와인 저장고’에 선정되면 홍콩 정부가 와인의 보관ㆍ유통에서 최고급 품질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1등급 와인 저장고로 인증된 6개 와인 저장고 가운데 '서플라이 체인 솔루션'등 3곳은 별도로 보유한 대중 와인 저장고에 대해서도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와인은 원산지에서 운반돼 소비자에게 판매되기까지 보관ㆍ유통 환경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최상의 보관 상태도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항온ㆍ항습도 조절 시스템을 구비한 저장고에서 보관했느냐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홍콩에는 2008년 4월 홍콩 정부가 와인 면세를 결정한 뒤 와인 저장고가 우후죽순 생겼다. 주로 물류를 담당하던 업체에서 와인 유통에 뛰어들면서 와인 저장고간에 경쟁이 붙은 것이다. 글로벌 와인 허브를 노리는 홍콩은 지난해부터 와인 저장고 등급제 도입을 추진했다.최고급 와인과 회전율이 빠른 대중 와인의 보관과 유통을 국제 기준에 걸맞게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홍콩의 와인 유통업은 고성장이 유력한 산업이다. 인접한 중국이 경젱 발전과 함께 사치품인 최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가 팽창하면서 해마다 수입량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의 와인 수입량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이 수입한 와인은 40억위안(약 6600억원)어치에 달한다 . 전년도에 비해 41% 늘어난 수치다.

이번에 최고급 와인 저장고로 선정된 업체들은 라 로마네 그랑크뤼ㆍ샤토 무통 로칠드 등 시중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최고급 와인을 연도별로 3만여병씩 보유하고 있다.

'크라운 와인 셀러' 크레고리 데브 대표는 ”유럽의 와인 판매자 사이에서 홍콩의 와인 저장고의 품질에 대해 미심쩍어하는 시각이 많았는데 최근에 글로벌 최상위 수준으로 향상됐다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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