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장석남 '수묵(水墨)정원 8 -대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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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가 떠서는 대숲으로 들어가고

또 파란 달이 떠서는 대숲으로 들어가고

대숲은 그것들을 다 어쨌을까

밤새 수런수런대며 그것들을 어쨌을까

싯푸른 빛으로만 만들어서

먼데 애달픈 이의 새벽꿈으로도 내보내는가

대숲을 걸어나온 길 하나는

둥실둥실 흰 옷고름처럼 마을을 질러 흘러간다.

-장석남(1965~)'수묵(水墨)정원 8 -대숲'

수능시험,인터넷 원조교제,글로벌리제이션 시대에 서정시를 쓸 수도 있는 거구나. 퍼포먼스, 설치, 비엔날레 광란 속에서 수묵화를 그릴 수도 있는 거구나. 매란국죽 가운데서도 직선이 가장 많은 죽을 택했구나. 직선들을 모아 곡선의 숲을 만들었구나.

대숲, 대숲, 대숲, 수런수런,싯 푸른, 새벽꿈, 대숲, 둥실둥실….'ㅅ'소리에 실려 직선도 곡선도 꿈같이 흐르는구나. 숲도 마을도 버리고 어디로 가나.나도 그 길 따라 가고 싶구나. 창작과비평사에서 이런 시집도 내는구나.

김화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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