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진시황 평전-위대한 폭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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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진시황(秦始皇)을 수식하는 말은 적지않다. 최초로 중국대륙을 통일한 사람, 최초로 도량형.화폐.문자를 통일하고 전국적 행정구역을 마련해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시행한 사람, 만리장성과 아방궁을 만든 사람,분서갱유(焚書坑儒)의 참극을 지시한 사람, 그리고 불로장생의 신선이 되기를 꿈꾸었던 사람….

'China'라는 영문표기가 진(秦)의 음역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중국사에서 진시황이 차지하는 위상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막상 그가 어떻게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에 이르면 쉽게 답을 하기 어려워진다.

중국 고대사 전문가로 중국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는 천징(陳靜)역시 『진시황 평전-위대한 폭군』에서 "기원전 2백21년 제나라를 멸망시키고 전국을 통일할 때까지 약 10년간 여섯 나라를 차례로 정복하면서 진시황 본인은 단 한 번도 군사를 이끌고 전쟁을 치러본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통일이 가능했는가. 저자는 지금까지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던 가장 중요한 이유로, 다양한 제도 개혁을 통해 진나라를 강성하게 만들어온 선대 왕들의 치적을 꼽고 있다.

여기에 주변국들의 정치적 균열과 통일을 통한 태평성대를 꿈꾸는 민심이 통일을 도왔다고 분석한다. 즉 진시황은 '시대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또한 진시황이 '시대를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점도 놓치지 않는다.'밤낮으로 결재해야 할 양을 정해놓고 그것을 처리하기 전에는 쉬지 않았던' 근면함과 인재를 중시하고 옳은 말이면 과감하게 시행하는 모습에서 마땅히 통일을 이룰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진시황은 "천성이 포악하고 강철같다"는 사서의 평가대로 통일 이후에는 자신만이 옳다는 확신 아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고 백성들을 괴롭히는 악정(惡政)을 펼친다.

그렇게 된 원인의 하나로 저자는 진시황의 아버지 자초(진장양왕)를 도왔고 어린 진시황을 보필했던 여불위(呂不韋)와의 권력투쟁을 든다. 여불위는 천하의 재사들과 논의한 '치국평천하'의 계책이 담긴 『여씨춘추』를 통해 진시황에게 덕치사상을 전하려 했지만, 진시황은 이를 거부한다.

여불위가 백성을 덕으로 다스리고자 했던 의지가 컸던 만큼 그에 대한 반발로 진시황은 형벌에만 의지해 백성을 다루었고 그것은 결국 통일 15년 만에 진의 멸망을 가져오는 원인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이 책에서는 전국시대의 혼란스러운 와중에서 어떻게 진나라가 강성하게 되었으며 중국 2천년의 기틀이 세워졌는지가 다양한 사료를 근거로 마치 옛 이야기처럼 전개된다.

덧붙이자면, 이 책은 중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는 '전국도서 금약시상'을 수상한 『중국 역사문화 명인평전』 시리즈 중 하나다.

여기서 '명인'은 사회를 개혁한 '리더'라는 의미로, 중국인들이 자신의 역사에서 진정한 개혁가로 꼽는 10명이 과연 누구인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들은 바로 ▶춘추시대의 관중▶전국시대 상앙▶진시황▶한나라 왕망▶수나라 문제▶송나라 왕안석▶명나라 장거정▶청나라 강희제▶중국 근대 캉유웨이▶현대의 쑨원이라고 한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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