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우리 문화재 고국 품에 안겨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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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역사의 아픔과 함께 해외에서 떠도는 우리 문화재가 많습니다. 그 일부나마 고국의 따뜻한 품안에 안겨주고 싶었어요."

재일동포 이화자(李化子.73)씨가 조선시대 석조(石造)문화재 40점을 15일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李씨는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1945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68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72년부터 나고야(名古屋)에서 한국 예술품 전문화랑인 '이화(梨花)'를 운영하고 있다.

李씨는 "개인적으로 모아 보관해온 우리 문화재들을 세월의 단절과 아픔을 넘어 고국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해오다 최근 나고야 한국 총영사관을 통해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풍상을 다 겪은 뒤 돌아온 문화재는 5층 석탑.사자석등(獅子石燈).석탑(石塔).동자석(童子石) 등이다. 대부분 우리에겐 낯익은 것들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아직 감정을 하지 않아 제작 시기와 유출경로.문화재적 가치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에 반출된 우리나라 문화재 중 상당수가 되돌아오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해외동포의 기증을 통한 문화재 환수는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이들 기증품을 부여에 있는 한국전통문화학교에 영구 보존, 전시해 학생 등 국민을 위한 교육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 가운데 개인이 갖고 있는 것을 빼고 박물관.미술관 등 공공기관에서 소장 중인 것만도 7만5천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 수립 이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기증하는 등의 형식을 통해 국내에 되돌아 온 것은 5% 정도인 4천여점에 불과하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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