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접촉 과정] 협상타결 될듯 안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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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앞으로는 남북회담을 해보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않겠습니다."

40년간 외교협상을 경험해 온 홍순영 남측 수석대표의 이 말 한마디는 엿새간의 6차 장관급 회담이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것이었음을 잘 드러낸다.

특히 막판인 14일 새벽에는 '타결임박'과 '결렬'을 수차례 오가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져 결렬조짐이 처음 드러난 것은 13일 오후 3시35분쯤.

洪수석대표가 "서울로 돌아가겠다"며 속초항으로 막 떠나려는 설봉호를 잡으라고 지시하면서부터다.

이는 이날 오전 "더 이상 줄 것은 없다. 마지막으로 김영성 단장으로부터 북측 의견을 듣고싶다"던 최후통첩성 언급에 북측이 호응을 하지 않은 데 따른 것.

그러나 북측이 "절충을 더하자"고 나와 회담일정을 하루 더 늦춘 남측대표단은 서울의 훈령을 받아가며 경협추진위 장소문제 등 쟁점타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오후 10시40분에 시작한 수석대표 단독접촉이 성과 없이 한시간만에 끝나자 회담장 주변엔 결렬 분위기가 짙게 감지됐다.

洪수석대표의 방으로 남측대표들이 굳은 표정으로 모여들고, 북측이 배웅준비에 나선 것. 남측은 설봉호를 이용,철수하기 위해 14일 오전 3시45분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관이 잠을 자고 있다"며 북측이 거부했다.

북측은 "바다사정도 있고 아침에 헤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며 시간을 미뤘다.

결국 6시50분 시작한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金단장이 "귀측 대표단이 빨리 가야 한다고 하니 할 수 없다"고 말해 이번 장관급 회담은 아무런 소득 없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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