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대 좋다] '곰신'들의 인터넷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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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곰신[명]‘고무신’을 애교스럽게 줄인 말로 애인을 군대에 보낸 여자를 뜻함.일반적으로 사귀던 남자가 군대간 사이 여자가 다른 남자를 사귈 경우 ‘고무신을 바꿔신었다’고 말하는 데서 유래함.

"남자 친구가 어제 입대했는데 첫 편지는 언제쯤 받을수 있나요."

"요즘 군대 보급품 잘 나와요. 이것저것 보내기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많이 써 보내세요."

"1백일 휴가가 꼭 1백일 때 나오는 건 아니라던데… 궁금합니다."

인터넷 사이트 '이등병의 애인(http://gomsin.info)'의 회원들인 '곰신'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

'곰신'이라는 명칭은 어떤 여자가 남자 애인이 군대간 사이 다른 남자를 택할 경우 '고무신을 바꿔신었다'는 말에서 착안, '고무신'을 애교있게 줄여서 만든 단어. 즉 '애인을 군대에 보낸 여자'를 뜻한다.

운영자 정다혜(22.여)씨가 지난해 4월 비슷한 처치에 있는 '곰신'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정보도 나누기 위해 개설한 이후 '이등병의 애인'에는 하루 평균 2백여명이 방문하고 있다.

대부분의 '곰신'들은 주로 사이트상에 외로움을 털어놓고 위로를 주고 받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활동하나, 열성파들은 매달 정기모임까지 갖고 서로 격려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김현숙(20.여)씨는 "군대간 남자친구 얘기를 처음엔 잘 들어주던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라"며 "그러나 '이등병의 애인'모임에 오면 말도 통하고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황세원(22.여)씨와 김진숙(23.여)씨는 경기도 연천과 의정부에서 복무하는 애인들의 면회도 같이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

사이트 곳곳에는 선배 '곰신'이 후배 '곰신'에게 전하는 갖가지 노하우도 포진돼 있다.

'손난로 ○○가 싸요''예쁜 카드 만드는 법''이등병, 고참에게 사랑받기' 등은 '곰신'들에게는 값진 정보다.

병영생활을 이해하려는 흔적이 엿보이는 코너도 있다. '군가 모음'에는 군가 15곡이 음악파일로 올려져 있고 '부대 마크'에는 1백여개의 각종 부대 마크가 떠 있다.

사이트에는 '곰신'뿐만 아니라 입대 예정자 또는 예비역들의 글도 종종 눈에 띈다.

"○사단 ○○부대에서 2개월 전 전역했습니다. 궁금한 것 물어보세요"라고 글을 올리는 예비역들은 '곰신'들에게 '공인된 정보'를 전해 주기 때문에 언제나 고마운 존재다.

또 각종 군기관.커플 홈페이지.선물사이트 등 '곰신'들에게 유용한 인터넷 사이트들이 10여개씩 연결돼 있고 한달에 두번 웹진이 5백여명에게 발송된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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