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농업개방 파고, 신기술로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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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씨없는 수박을 개발한 우장춘 박사의 혼(魂)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농업전문대 이관호(李寬鎬.46)교수가 17년간의 연구 끝에 신 품종 채소 '싸미나'를 개발했다. 선진국의 농업개방 압력 속에서 거둔 결실이다.

싸미나는 샐러드를 만들거나 쌈을 싸먹을 수 있다. 배추의 쌉쌀한 맛과 양배추의 달콤한 맛을 함께 낸다. '한국형 케일'이다.

李교수는 "싸미나에 대한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라며 "서양인들의 입맛에도 맞기 때문에 미국.일본 등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쌈문화연구소를 만들어 흑상추 등 쌈 채소를 세계에 보급하고 싶다"고 밝혔다.

李교수는 유전자원(종자)을 만드는 육종학자다. 그는 "교잡 방식은 유전자 조작법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식물 종과 종을 수차례 교배해 씨없는 수박과 같은 새로운 작물을 만드는 기법이다.

李교수는 염색체 20개인 배추와 18개인 양배추를 교잡해 싸미나를 만들었다. 잎이 어른 손바닥만 하고 둥근 싸미나는 유전자 38개로 갖 작물 계통에 속한다.

싸미나의 철분 성분은 1백g당 2㎎으로 케일(1.2㎎)보다 많다. 또 여성 피부미용과 관련있는 비타민A의 레티놀(RE)성분의 경우 케일이 303RE, 싸미나는 577RE다. 항암 효과가 있다는 아스코르브산은 케일이 83㎎, 싸미나는 93㎎.

"싸미나는 아무 곳에서나 잘 큽니다. 흙이나 물에서 기를 수 있고 씨 뿌린 지 30~45일이면 다 크지요. 배추와 달리 뿌리혹병에도 강합니다."

李교수는 싸미나의 학명을 'Korean cabage'로 지을 예정이다. 양배추(Cabage).배추(Chinese cabage)와 달리 우리 품종이기 때문이다. 싸미나는 현재 경기도 이천.남양주 등에서 시험재배 중이며 아시아종묘에서 씨를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염색체가 40개인 쌈추(상추 대용작물)도 개발한 李교수는 "케일의 종자가 연간 약 1천㎏ 수입된다"며 "국내산 대체작물로서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쌈추는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대형 할인점 등에서 판다. 李교수는 "내년 월드컵 때 외국 관광객들이 싸미나 샐러드를 즐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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