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 조짐에 투기채 펀드 인기 식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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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한동안 잘 팔리던 투기채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 지고 있다. 금리가 바닥을 치고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채권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투자한 기업들이 부도를 내자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투기채펀드를 이탈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투기채 펀드란 투신사들이 투기등급(BB+이하)회사채와 후순위채에 주로 운용하는 하이일드 펀드나 채권담보부증권(CBO)펀드 등을 말한다.

12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해 초 6백38개에 달하던 투기채펀드는 지난 10일 현재 4백97개로 22.1%가 감소했다. 20조2천억원 수준이던 펀드 수탁고도 35조원(17.3%)이 줄어든 16조7천억원으로 떨어졌다.

투기채 펀드의 수익률도 뚝 떨어졌다. 지난 10일까지 6개월간 누적수익률을 1년으로 환산한 수익률은 3.60%로 지난해(6.72%)보다 3.1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흥창.인천정유 등 펀드에 편입된 회사들이 부도를 내며 수익률을 크게 갉아먹었다. 한 펀드 운용역은 "부도회사의 채권이 편입된 일부 펀드의 경우 부도 직전에 최소 7~8%의 수익률을 냈으나 부도 후 이자손실은 물론 원금도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만기가 돌아온 투기채 펀드들은 다시 설정할 엄두를 못내고 자금이 고스란히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정부가 비우량기업을 위해 각종 투기채 펀드에 대한 우대조치를 발표하면서 적지 않은 시중자금이 높은 수익률을 노려 투기채 펀드로 몰려들었다.

한화경제연구원 유재호 연구원은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이 투기채의 위험을 새삼 인식하게 됐다"며 "그동안 투기채 펀드에서 짭짤한 수익을 냈던 투자자들도 자금을 빼내가거나 좀더 안전한 펀드로 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수요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공모주 우선배정이나 세제혜택 등의 대책이 있었지만, 수탁고 감소를 막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수탁고 감소를 막을 특별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투자등급이 우수한 회사들의 경우 사채발행 비용보다 은행대출 비용을 더 싸게 느끼고 있어 새로 설정되는 펀드도 줄고 있다"며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오는 연말까지 투기채 펀드의 자금 유출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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