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푸른 눈의 현각 스님 산에서 내려온 포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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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8일 오후 2시 북한산 기슭 국민대학교 대강당에선 푸른 눈의 현각(玄覺.37)스님이 '참된 종교'란 주제로 특강을 시작했다.

2백개의 좌석이 모자라 임시의자를 복도에 설치했다. 그래도 모자라 강당 뒤쪽에 청중들이 빼곡했고, 출입구에 들어서다 되돌아가는 학생들이 이어졌다. 현각 스님을 초청한 교수가 "잘 될까 걱정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자리를 끝까지 지켜줬다"고 인사해야 할 정도로 청중들은 열성적이고 진지했다.

강연이 그만큼 진지하고 알찼냐는 건 의문이다. 한국어를 꽤 잘하는 현각 스님이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에 방대한 주제를 전달할 정도로 유창하지는 않았다. 질문이 길거나 모호하면 잘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진행방식도 강의식이 아니고 질의.응답식이라 내용이 산만했으며, 불교나 종교.철학에 대한 질문보다 사적인 질문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강의를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각스님 스스로가 언급한 '스타일'이었다."서구에선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서양문화에만 관심이 많다. 왜 불교가 인기가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현각 스님은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불교는 조금 더 현대화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이나 가르침은 변할 수 없지만 가르침의 방편은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불교는 오랫동안 산속에서만 있었기 때문에 현대사회와 맞기 어렵습니다. 한국 스님들 큰 옷(가사) 입고 위에 있고 싶어합니다. 멀리 있습니다. 난 미국인. 친구처럼 합니다. 나의 스타일입니다. 나만 아니라 한국불교도 그런 방편으로 변해야 합니다."

현각 스님은 강단에 서면서 스님들의 정장격인 밤색 가사를 두르지 않았다. 장삼도 풀먹인 정장형이 아니라 간편복 누더기형이었다. 강연은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듯이 편한 느낌을 주었다. 한국 스님들이 일반 신도들을 대할 때 배어나오는 권위주의는 찾기 힘들었다. 젊은 청중을 끌어들이는 스타일임에 분명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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