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후보 각개약진 '틀'짜기부터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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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후보 선발규칙을 만들 기구가 결성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제어장치가 사라진 민주당에서 차기후보 경쟁이 공식화한다는 의미다.

민주당 당무위원회는 9일 오후 7시부터 당무위원회를 열고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특대위)를 구성했다. 위원 20명과 위원장 인선은 한광옥(韓光玉)대표에게 일임했다.

당초 이날 당무위원회는 격론이 예상됐다. 내년 언제쯤 전당대회를 여느냐, 또 총재와 차기후보를 동시에 뽑느냐, 분리해 선출하느냐를 놓고 차기 주자들간의 갈등과 알력이 워낙 심해서다.

金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이후 민주당의 대립각은 크게 두개로 서있다. 韓대표와 이인제(李仁濟)고문, 중도개혁포럼(회장 鄭均桓).동교동 구파 등이 한 축을 형성했고, 반대쪽에는 한화갑(韓和甲)고문을 중심으로 한 동교동 신파,노무현(盧武鉉).김근태.정동영(鄭東泳)고문 등과 당 쇄신파가 있다.

이들 역시 구체적인 이해관계와 주장은 다르다. 하지만 韓대표.李고문쪽은 특대위 구성을 서둘렀고, 그 반대쪽에선 "韓대표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쇄신파측은 "당무회의에서 韓대표가 일방적으로 몰아가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회의가 별다른 충돌없이 끝난 것은 서로 절충했기 때문이다.

회의에서 정세균(丁世均)기조위원장은 "특대위는 의결기구가 아니라 당무위원회의 자문기구"라고 성격을 못박았다. 특대위 마음대로 차기 경선일정 등을 정하는 게 아니라 당무위원회가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특대위가 의결기구가 될 줄 알고 신경을 곤두세우던 쪽에서는 "그렇다면 좋다. 더 이상 당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林采正.薛勳.辛基南의원 등)며 받아들였다. 韓대표가 특대위 위원장과 위원 임명권을 갖는 것도 그대로 수용됐다.

韓대표는 "분란이 나면 대표직을 사퇴한다는 각오로 당의 화합과 단합을 위한 인선을 하겠다"고 답했다. 서로 갈등관계인 이인제.한화갑 고문도 회의가 끝난 뒤 한결같이 "잘 됐다"고 말했다.

이로써 한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을 행사할 99명의 당무위원들을 끌어들이려는 각 주자들의 쟁투는 이제 막이 오른 셈이다.

김종혁.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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