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 오른 여성장군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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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육군본부 간호병과장 양승숙 대령의 준장 진급 소식은 여성계의 해묵은 염원을 풀어낸 쾌거다. 지난 4월 직업공무원의 정점이라 할 차관직에 여성이 진출한 데 이어 여군 창설 51년 만에 여성 장군이 탄생함으로써 올해는 공조직에서 여성 차별을 해소한 해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군의 문호개방은 여성계의 줄기찬 요구였다.남성과 똑같이 여성도 장교 진출의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오랜 노력 끝에 남자들만 들어갈 수 있었던 사관학교인 공사(1996년).해사(1997년).육사(1998년)가 마침내 여성들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로 드디어 올해엔 예비 전투기 조종사와 함정 근무자를 배출했다. 따라서 '남성'의 상징이던 군에 남은 마지막 금녀(禁女)의 장벽은 '장군'이었다.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장군에 진출함으로써 여성들이 군의 체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폭이 커졌다. 여성 장군의 배출은 2천4백여명의 여군뿐 아니라 여군이 되기를 원하는 여성들에게도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다.

현대전은 첨단 정보의 발굴 및 과학전의 특성을 띠고 있어 군인력 충원에도 과거와 달리 다양성과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우수한 여성 인력이 군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국방부가 여군(장교 및 부사관)을 2010년까지 5천4백여명, 2020년까지는 7천여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차제에 국방부는 여대생들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ROTC에 대한 여성문호 개방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여성 장군'의 배출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국방부는 작전참모본부에 여군정책 담당을 두어 다양한 병과.직위 진출방안, 양성 평등교육의 강화, 가정양립시책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여성정책을 추진하는 기틀을 만들고 여군 인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발전계획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첫 여성 장군의 탄생에 박수를 보내면서 앞으로 전투병과 등 여군의 별 행진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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