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바뀐 현대상선 앞날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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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달 이상 끌어온 현대상선 사장 선임 문제가 결말나면서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특히 현대상선에 20여년간 몸 담아온 해운 전문가인 장철순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상선은 회사의 사활이 걸린 독자경영 체제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충식 사장의 전격 사퇴를 몰고왔던 오너 가신(家臣)그룹과 전문 경영인 사이의 갈등 구조는 기업 리더십의 실패 사례로 남을 것 같다.

◇ 현대상선 앞날은=신임 장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상선이 그룹을 지원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 대표기업인데다 경영구조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따라서 얼마만큼 그룹의 입김을 차단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여겨져 왔는데 장사장이 이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채권단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채권단은 당초 김충식 사장 퇴진에 반대하며, 김사장이 물러날 경우 현대그룹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경영 공백이 길어지자 현실적인 대안으로 '내부 승진' 인사인 장사장 선임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외부 인사가 현대상선 사장에 선임돼 그룹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지원을 하다가 부실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을 가장 우려해 왔었다. 현대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독자 경영 여부에 시장이 불안해하는 것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그룹 지원을 완전히 끊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김충식 사장은 요즘=그룹측의 지원 요구에 '그러면 공멸한다'며 반발, 지난달 4일 전격 사표를 낸 뒤 3일 후인 7일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달 말 퇴원했다. 요즘엔 집에서 칩거하면서 외부와 접촉을 거의 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당시 "김사장이 건강에 문제가 있어 사표를 낸 것"이라고 말했었다.

김시래.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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