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수능] 고교 교육· 입시 정상화 걸림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해 11월 수능시험을 본 고3 수험생들이 쉬운 수능 때문에 골탕을 먹자 자발적으로 구성한 '안티 수능인플레이션'(http://cafe.daum.net/beatkice) 사이트는 올 수능이 끝나자 새로운 회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신규 회원은 어렵게 출제된 수능 때문에 40점 이상 하락한 고3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이 사이트 주소에 'beatkice'(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때려 부수자)란 말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들쭉날쭉한 수능 난이도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크다.

◇ 널뛰기 수능의 원인=1994학년도에 수능이 처음으로 도입된 수능 난이도는 해마다 들쭉날쭉했다. 매년 3월이면 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 난이도를 예고하지만 실제로 1997, 2000학년도에만 목표 난이도에 접근했을 뿐이다.

고려대 박도순(朴道淳)사범대학장은 "해마다 바뀌는 출제 위원들이 응시 학생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목표 난이도와 실제 난이도가 빗나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에는 현직 일선 고교 교사의 참여를 늘려 난이도 조정 실패를 막겠다고 했으나 정작 참가인원은 10명(제2외국어 6명과 사회탐구.과학탐구에서 각각 2명)에 그쳤다.

지난해 수능 출제위원장이었던 한양대 김임득 교육학과 교수는 "20여일간 외부와 단절된 채 합숙해 출제작업을 벌이지만 기출 문제를 골라내고 새 문제를 개발하느라 시간이 소요돼 실제 출제시간은 4~5일에 불과하다"며 "출제위원들은 자꾸 전년도 문제를 의식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문제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 널뛰기 수능의 파장=현재 우리 입시정책의 방향은 대입제도를 다양화해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 정권 들어 교육부는 수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난이도를 계속 낮춰왔다.

그러나 지난해 수능이 너무 쉬워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이번에 난이도를 조정한다는 것이 지나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입 전형요소 중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큰 가운데 이처럼 난이도가 춤추면 우선 일선 교육현장이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능을 예측할 수 없으면 학교교육만으로는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능문제가 올해처럼 너무 어려운 쪽으로 널을 뛰면 대입 방식의 다양화는 요원하다. 대학들이 변별력 있는 수능에 안주한 채 학생들의 자질.적성을 골라낼 수 있는 다양한 전형방법을 개발하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능제도를 없애지 않는 한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난이도를 안정시키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홍준.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