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당총재 사퇴] 충격 휩싸인 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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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은 온통 충격에 휩싸였다.

동교동계 의원들은 8일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1년 남짓 남은 총재직마저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침통해했고, 쇄신파 의원들도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라며 당혹했다. 이런 가운데 동교동계는 "쇄신파가 대통령을 몰아냈다"고 소장파 의원들에게 화살을 겨누었고, 쇄신파는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맞받았다. 양측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 "아버지가 아들을 버렸다"=동교동계 구파 의원들은 일제히 "몇몇 차기주자들과 쇄신파가 金대통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갔다"고 주장했다.

김옥두(金玉斗)의원은 "대통령의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다"면서 "자칭 대선주자들이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 행동하면서 여당 내부에서 발목을 잡은 결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권노갑(權魯甲)전 고문의 측근인 김태랑(金太郞)전 의원도 "최고위원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한심해서 대통령이 총재직을 던진 것"이라고 흥분했고, 신파의 설훈(薛勳)의원은 "아버지가 아들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80만 당원이 쇄신파들을 용서치 않을 것"(朴洋洙의원)이라는 말도 나왔다.

내부적으론 金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경선 국면에 조기돌입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동교동계의 분열이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동교동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의원들이 유력주자에게 줄을 서 있고, 일부 중진은 당권을 욕심내는 상황"이라며 "구심력을 잃고 있는 동교동계가 상도동계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 "예상치 못한 상황"='개혁연대'소속 5개 모임 대표들은 이날 오전 한 호텔에 급히 모여 대책을 숙의했다. 회의 후 임채정(林采正)의원은 "상황이 급변했다. 예상했던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權전고문과 박지원(朴智元)청와대 정책기획수석에 대한 정계은퇴 요구가 총재직 사퇴 상황 속에 묻혀버릴 수 있다는 걱정도 했으나, 곧이어 朴수석 퇴진 소식이 전해지자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정동채(鄭東采)의원은 "대통령의 사퇴에는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지만, 朴수석 사퇴는 민심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고 환영했다. 김성호(金成鎬)의원도 "쇄신파의 요구가 상당부분 수용됐다"고 평했다.

이들은 "쇄신파가 대통령을 몰아냈다"는 동교동계의 역공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의 결단이었을 뿐"(辛基南의원)이라고 반박했다. 천정배(千正培)의원은 "인적쇄신 요구는 선행조건에 불과하다"며 "개혁연대는 더욱 공고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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