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인터넷 뱅킹 1천만시대…확 바뀐 은행점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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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주부 이지현(31)씨는 요즘 어지간해선 은행에 가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인터넷 뱅킹으로 일을 본다. 李씨는 "지난달 같은 은행 다른 지점으로 돈을 보내는데 수수료를 6백원이나 받길래 수수료가 없는 인터넷 뱅킹을 배웠다"고 말했다.

회사원 서창우(35)씨는 매달 십여차례 은행 지점을 찾지만 정작 점포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출입문 앞에 설치된 현금입출금기(ATM)에서 대부분 용무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徐씨는 "ATM기를 이용하면 통장이나 카드도 필요없고 기다리는 시간도 창구보다 짧다"고 말했다.

은행 점포가 확 달라졌다. 웬만한 고객 자료는 다 전산화되고 성능이 좋은 자동화기기의 보급이 늘어난 데다 구조조정으로 지점 근무 인력이 줄어들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점포 구조를 바꾸고 직원의 업무도 조정하고 있다.

◇ 일반 창구는 최소화=제일은행 서울 무교동지점에 들어서면 책상 몇개만 눈에 띈다. 객장을 길게 가르는 높은 창구가 사라졌다. 대신 고객들은 은행원과 책상에 마주 앉아 상담한다. 외환위기 이전 지점 한복판에 6~8명을 배치했던 입출금 창구 직원을 3명으로 줄였다. 위치도 한쪽 구석으로 바꿨다. 창구에서 입출금 등 단순 업무를 보는 고객이 줄어들어 굳이 대기번호표를 뽑지 않아도 된다.

조흥은행의 고객친화형 점포는 'L'자로 꺾여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서너개의 입출금 일반창구와 고객용 PC가 눈에 들어온다. 나머지 상담 창구는 잘 안보인다. 'L'자형 배치가 어려운 지점에선 일반 창구와 상담 창구를 분리하는 벽을 설치했다.

은행마다 이처럼 지점 점포를 개조하는 것은 인터넷 뱅킹 인구가 1천만명에 육박하고 자동화기기 이용률이 높아져 창구를 찾는 고객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으로 지점 인원이 줄어들자 은행이 먼저 창구를 축소할 필요도 생겼다. 조흥은행 마케팅부 이종원 과장은 "고객의 업무 종류에 따라 움직이는 공간을 한정하되 가능하면 상품을 알리는 상담,VIP 코너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 돈 안되는 일에는 일손도 줄여=점포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부문에서 일손을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30명으로 구성된 전문 안내 도우미(네비게이터)를 운영한다. 이들은 새로 개편된 지점에 석달씩 파견돼 고객이 자동화 기기를 쓰도록 유도한다.

대구은행의 일부 시범 점포에선 50만원 이하의 소액 입출금은 창구에서 받지 않는다. 대신 인터넷이나 자동 입출금기를 이용하면 보너스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 수익에 별 도움이 안되고 잔손이 많이 가는 고객은 창구로 오지 말라는 뜻이다.

◇ 돈 되는 고객 특별 대우=점포 개조로 생기는 인력과 공간은 최대한 VIP 고객에게 할애한다.

한빛은행이 올해 말 개점을 목표로 준비 중인 서초 프라이빗 뱅킹(PB)센터는 출입구에 최첨단 지문인증시스템을 달 예정이다. 지문 등록이 안된 일반 고객은 80여평 규모에 우아한 집기로 꾸며질 이곳에 들어갈 수 없다.

조흥은행은 창구 직원이 고객의 인적사항을 입력하면 단말기에 고객의 기여도와 등급이 나타난다. 기여도가 높은 고객은 VIP코너로 안내한다.

한빛은행 김인응 과장은 "10%가 안되는 우수고객이 은행 수익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만큼 은행도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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