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여기] 서울 창신동 완구시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 7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독일약국 옆 골목은 '장난감 천국'이었다. 트럭이 한대 지나갈 정도의 골목 안 양쪽에 장난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길이 3백m 정도인 이 골목에 들어선 장난감 가게는 모두 1백20여개. 대부분 시중보다 30~40% 싸게 파는 도매점이다.

*** 전국 최대규모 120여 상점

이곳에 장난감 가게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75년. 당시만해도 청계천으로 흘러가는 개천이 있던 자리였다. 개천을 메우자 골목이 형성됐고, 바로 옆에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이 생기면서 다른 지역에 있던 장난감 가게들이 옮겨오기 시작했다.

장난감 도매점으로 남대문 시장과 영등포시장.방산완구시장 등도 유명하지만 창신동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만큼 제품도 다양하다.

창신동시장 상가번영회 오세인(吳世仁.47)회장은 "예전에는 소매상들이 주고객이었으나 인터넷에서 싸다는 정보를 얻고 찾아오는 개인 소비자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가게 대부분이 손님들에게 직접 판매도 한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이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오는 주부는 물론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8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인도인 수만(30.주부.용산구 동부이촌동)씨는 "지하철 차비를 제외하고도 작은 장난감을 하나 더 살만큼 값이 싸 3년 전부터 선물용 장난감을 살 때면 꼭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 최신 완구 30~40% 싸게

알뜰파 학생들도 꽤 보였다. 여자 친구에게 줄 큼지막한 곰인형을 산 신경식(17.고2.성북구 석관동)군은 "다른 곳에선 4만원하는 제품을 여기서 3만원에 구입했다"며 "무엇보다 빠듯한 용돈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곳에선 장난감 유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포케몬과 디지몬 이후 요즘은 '탑 블레이드'라는 팽이 장난감이 인기 절정이다. 가게마다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다. 8년째 창신동 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승진완구의 점원 김익희(26)씨는 "8년 전만 해도 '바비'나 '미미'같은 마로니 인형이 주류였으나 최근엔 TV만화영화에서 인기를 얻은 캐릭터 장난감이 최고"라고 말했다.

가게들의 애프터 서비스도 많이 좋아졌다. 장난감에 이상이 있을 경우 3~4일 안에 애프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 외국인도 발품… 불량품은 AS

창신동 시장이 연중 가장 붐빌 때는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 시즌.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한 가게당 하루 5백~1천명의 손님이 찾아와 발디딜 틈이 없다.

교통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지하철 1호선이나 4호선 동대문역에서 내려 독일약국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재래시장이라 전용 주차장이 따로 마련돼 있진 않다.

대신 삼우 텍스플라자나 삼호호텔.이스턴호텔 등 인근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시장 골목이 번잡해 차를 가지고 들어올 경우 빠져나가는 데 1~2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글.사진=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