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는 내친구] 클레이사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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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원시시대 사람들은 수렵.어로.채취를 하며 살았다. 현대인들이 실외 레포츠를 즐기는 것은 이런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창을 들고 먹이를 좇아 들판을 달리고 물 속을 헤엄치던 순간. 그때 원시인의 몸에 진동치던 맥박은 지금도 현대인들의 유전자 속에 본능처럼 남아있다.

사람들은 이제 레포츠라는 이름의 활동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낸다. 클레이(clay)사격이 대표적인 경우다. 날아가는 과녘을 쏘아 맞추는 이 레포츠는 원시시대의 사냥을 닮았다.

경기도 남양주시 사격연합회 회원들을 만나러 갔다.장소는 경기도 포천 웨스턴 밸리 사격장(포천군 화현면 명덕리.031-531-3500).

국도 47도선을 따라 베어스타운을 지나 이동 방향으로 가다 56번 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포천 방향으로 좌회전해 가다보면 사격장 이정표가 나타난다.

클레이 사격의 과녁은 진흙(클레이.clay)으로 만든 피존(pigeon)이다. 피존은 '비둘기'의 영어 표현. 사격이 레포츠화하면서 과녁이 살아있는 비둘기에서 진흙 접시로 바뀌었다. 피존은 지름 11㎝에 주황색의 얇은 접시다.

'남양주시 사격연합회'사무국장 최우정(41.자영업.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씨로부터 장비 및 자세.사격 요령을 설명 받고 트랩 사격장의 사대에 섰다.

3.5~4.5㎏ 정도 나간다는 엽총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한번에 두발씩 장전하는 쌍대식 엽총에 총알 두 발을 장전한다. 일정 시점에서 2백80~3백20개의 구슬이 한번에 퍼져나가며 50~70㎝의 탄착군을 형성하는 산탄(散彈)이다.

사대 10여m 앞의 분출구에서 피존은 시속 60~70㎞로 튕겨져 나온다. 정면 또는 좌우 중 어디로 갈 지, 어떤 각도로 갈지는 알 수 없다. 사수가 '고(go)'를 외친 뒤 피존이 튀어 나왔다.

순식간이었다. 첫번째 피존은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다 저편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방아쇠를 당길 틈도 없었다.

두번째 '고'신호에 좌측으로 날아가는 피존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탕-'. 어깨로 전해지는 충격이 상당하다.피존은 또 다시 사수를 비웃어 버린다.

"맞추겠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정조준을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피존을 따라가세요"

연거푸 실수에 최씨가 웃으며 거든다. '마음을 비우라'는 뜻인가. 어차피 피존이 어디로 튈 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여섯발째에 피존은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신기하면서도 가슴이 후련하다. 조금씩 명중 빈도가 높아진다.

최근 클레이 사격에 재미를 붙인 제영이(36.여.백화점 근무)씨는 "처음엔 총 소리에 스스로 놀라 기겁을 했었다"면서도 "이젠 피존을 맞추는 순간 날아갈 것같은 기분"이라고 즐거워했다.

최우정 국장도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면서 계속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 건강에 아주 좋은 레포츠"라고 소개한다.

그날 기자가 쏘아 맞춘 것은 단순히 진흙 접시가 아니라 마음속에 남아있는 스트레스, 그것이었다.

◇ 클레이 사격 따라잡기=전국 각지에 10여곳의 클레이 사격장이 있다. 클레이 종목 중 하나인 트랩 경기의 경우 개인당 피존 25개를 한 라운드로 해서 5~6명이 사로(射路)를 옮겨가며 경기를 벌인다.

초보자들이 사격장에서 25발을 쏘아보는 데 드는 비용은 사격장마다 다르지만 1만5천~3만원.

국민생활체육 전국사격연합회(02-971-9418)에 회원으로 등록(연회비 5만원)하면 각 경기장에서 이용 요금을 할인 받는다.

레저업체인 넷포츠(http://www.netports.co.kr) (02-3474-3447).

넥스프리(http://www.nexfree.com) (02-753-8005)등을 통해도 사격장 요금을 할인 받는다.

클레이 사격용 엽총은 시중 총포상에서 3백50만~5백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대한사격연맹에 연간 등록비 10만원을 내 선수 등록을 하고 주거지 관할 경찰서로부터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아야 총기를 구입할 수 있다.

총기는 관할 경찰서 또는 사격장에 보관토록 돼 있다.

포천=성시윤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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