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히딩크, 최태욱.이천수.송종국 "예뻐 죽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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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2002 한.일 월드컵을 2백여일 앞둔 히딩크호가 '젊은 피'를 중심으로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공격의 양 날개인 최태욱(안양 LG).이천수(고려대)와 수비의 핵인 송종국(부산 아이콘스)이 있다.

이들은 8일 벌어진 세네갈전에 이어 10, 13일 두차례의 크로아티아전에서 확실한 붙박이 주전 자리를 예약해놓고 있다.

이들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히딩크호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는 것은 히딩크 감독이 요구하는 '다기능 선수'라는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우선 송종국은 올초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만 하더라도 평범한 수비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히딩크 감독이 요구한 미드필더.윙백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낸 데 이어 세네갈전에서는 스리백 수비라인의 중앙수비수로 변신했다.

일부에선 "송종국이 맡을 수 없는 포지션은 골키퍼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천수와 최태욱도 송종국 못지 않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 내며 히딩크의 신임을 얻고 있다.

지난 7일 전주 월드컵경기장 훈련 도중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히딩크 감독이 천수와 태욱이를 예뻐하지 않을 수 없어요. 위(사이드 어태커)로 올려도 되고 아래(윙백)로 내려도 되고 서로 좌우를 바꿔도 되고 말이죠"라며 두 선수를 장기판의 차(車)에 비유했다. 그는 한가지 포지션밖에 소화해내지 못하는 일부 고참들은 대표팀에 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젊은피 3인방'이 주전자리를 '0순위'로 예약해놓고 있다면 이번 대표팀에 새로 발탁된 현영민(건국대).신동근(연세대) 등 '어린 피'도 대표팀에 빨리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이들 사이에서 엿보이는 묘한 경쟁 심리가 선배들한테까지 전염되면서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지난 7일 센터링에 이어지는 슈팅연습 도중 신동근이 공중에서 반회전해 발리슛을 날리는 묘기를 선보이며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탄성을 이끌어내자 현영민.이정운(포항)등 신참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고참들까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현영민은 자신을 고른 히딩크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 연습 내내 정확한 센터링과 밀착수비 능력을 선보이며 내친 김에 주전자리를 꿰차겠다는 태세였다.

히딩크 감독은 "어린 선수들로 뭘 하겠느냐"는 축구계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젊은 선수들이 의욕 넘치는 플레이로 대표팀 분위기를 바꿔 나가는데 고무된 듯 "젊은 선수들을 이번 평가전 내내 적극 기용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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