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집에 살고 싶다] 서울 양재동 코쿤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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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집을 떠나 학교나 직장을 다녀 본 사람들은 흔히 하숙이나 자취생활의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 중에는 으례 주인집과 욕실을 함께 쓰는 불편함이나 집 한구석을 부엌으로 사용하던 에피소드들이 따라 붙는다.

그러나 이제는 자취생활을 하는 공간도 '남의 집 방한칸' 개념에서 크게 달라지고 있다.

코쿤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체인 형태로 문을 연 자취 전용 주거공간은 2.5평의 방에 침대.옷장.책상.1인용 냉장고.전화 등을 갖추었다. 따라서 이사도 가구 없이 옷가지와 개인소지품만 옮기면 된다. 화장실과 샤워실, 세탁실, 부엌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돼있다.

코쿤하우스를 계획한 베스트하우스(http://www.besthouse114.com)의 고종옥 대표는 "혼자 사는 여성들이 안전한 거주공간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여성전용의 생활공간으로 설계했다"고 밝힌다.

누에고치라는 뜻의 코쿤이란 단어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란 의미라고 한다. 高대표는 "여성전용 공간이기 때문에 24시간 관리실이 운영되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친척이나 친구라도 함께 자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고 밝힌다.

서울 양재동의 코쿤하우스가 열었을 때부터 3년째 살고 있다는 이수연(23.대학생)씨는 "지키는 사람이 있어 안전하다는 기분이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말한다.

코쿤하우스에서 아쉬운 부분은 복도가 좁고, 창이 없는 방들이 많다는 점.

고대표는 "임대료를 싸게 하기 위해 공간을 절약하다보니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보증금 없이 임대료만 월 30만원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생활공간이 필요한 독신여성들이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임대 기간은 최소 1개월.

양재동 코쿤하우스엔 35개의 방에 35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서울 아현동, 고양시 화정 등에도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원룸 이외에도 이와 같이 기숙사 비슷한 거주공간 등 다양한 삶의 공간이 늘어나는 추세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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