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중남미문화원 야외조각공원 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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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남미 문화 소개에 앞장서 온 경기도 고양시 중남미문화원(http://www.latinamuseum.co.kr)이 야외조각공원을 10일 개관한다. 1994년 10월 박물관, 97년 9월 미술관 개관에 이은 세번째 발걸음이다.

그리고 이것은 24년간 주로 중남미 국가에서 외교관 생활을 해온 이복형 원장(69.전 멕시코 대사)과 부인 홍갑표 이사장(67)이 30여년간 가꿔온 꿈의 완성이기도 하다.

"70년 스페인 참사관으로 떠나기 전 이곳 5천5백여평 야산에 단풍과 목련 등 묘목을 좀 심어두었지요. 그것이 어느새 아시아 유일의 중남미 미술문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감회에 정말 뿌듯합니다."

말이 좋아 원장이요 이사장이지, 박물관 개관 이래 지금까지 설계.배치.조명에서부터 나뭇가지 다듬기와 낙엽 청소에 이르기까지 이들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10원짜리 동전만한 못이 두 군데나 박혀있는 李원장의 거칠고 투박한 오른 손은 그동안의 운영이 얼마나 고단한 일이었는지를 얘기해준다.

그래도 이번 조각공원을 만드는 데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한진해운.청원건설 등 1백여명으로 구성된 박물관 후원회와 외교통상부.경기도.고양시 등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고 李원장은 말한다.

정겨운 남미풍 피리(케나와 삼포나)와 북(담보)의 연주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마야.잉카.아즈텍 문명의 비밀을 간직한 각종 가면.토기.목기 2천여점이 전시된 박물관과 현대 중남미 회화 50여점이 전시된 미술관을 지나 야외조각공원으로 올라가면, 멕시코 조각가 호세 사칼의 '4개의 바람'이라는 4.6m 높이의 브론즈가 손님을 맞는다. 그 옆에는 적갈색 항아리 부조와 베이지색 벽이 선명한 대조를 이룬 '항아리 벽'이 눈길을 끈다.

조각공원 정문은 멕시코의 유명한 문화재인 코요아칸 문을 그대로 재현했다. 문을 지나면 중남미 12개국에서 기증한 14개의 작품과 경기문화재단(이사장 임창열)의 지원으로 구입한 작품 등 30여점의 작품들이 2천여평 언덕 양 켠에 나란히 전시돼 있다.

특히 스테인리스로 만든 '태양의 여신'과 '희망'이라는 석조물은 주한 베네수엘라와 칠레 대사관에 근무하는 외교사절의 남편인 조각가들이 지난 여름 이곳에서 작업한 것들이다.

"학생들에게 신선한 문화적 체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문화편식증이 심한 우리로서는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야말로 진정한 세계화의 초석이 아닐까요."

李원장 부부는 "이제 좀 쉴 수 있겠다"는 말에 손을 내저으며 "중남미 관련 학술세미나와 전통음악 공연 등 내실있는 기획을 하는 일이 더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고양=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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