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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사, 이번엔 ‘작은 모자’ 준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미국 환경당국과 석유회사 BP가 멕시코만 해저 원유 유출 차단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가장 시급한 건 해저 파이프에서 새는 원유가 바다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는 작업이다. 지난 주말 BP는 해저 파이프 위에 4층 건물 높이의 거대한 뚜껑 모양 돔을 덮는 작업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1.5㎞ 깊이로 돔을 내리자 안쪽 빈 공간에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찼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와 물이 엉기면서 생기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쉽게 폭발한다.

그러자 이번엔 ‘작은 모자(top hat)’를 씌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외신들이 전했다. 돔의 크기를 줄여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찰 공간을 줄인 것이다. 돔을 내리는 깊이도 얕게 해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물 속에서 녹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이 경우 파이프에서 새나온 원유를 모으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애초 BP는 뚜껑 모양의 돔을 씌워 유출되는 원유의 85%를 지상으로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모자’를 씌워선 이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자 씌우기가 여의치 않으면 ‘정크 샷(junk shot)’으로 불리는 고육책도 검토 중이다. 원유 유출 지점에 골프공·타이어 같은 무거운 폐기물을 쏟아부어 원유 유출 압력을 낮춘 뒤 시멘트로 덮어버리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 역시 심해의 수압과 빠른 조류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

미 환경청은 지난달 20일 ‘딥워터 호라이즌’ 석유시추시설 폭발 사고 이후 이날까지 유출된 원유가 1514만L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속도로 계속 원유가 유출되면 다음 달께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였던 엑손 발데즈호 사고 기록(4160만L)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BP가 쓴 방제 비용은 3억5000여만 달러이며 방제 작업이 장기화하면 10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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