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컬렉션 펴낸 김진명씨 “주한미군에게서 10·26 정보 얻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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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진명 소설을 두고 가장 많이 제기된 의문은 ‘그것이 과연 사실이냐, 아니면 허구냐’였습니다. 팩트냐, 픽션이냐를 확고하게 이야기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김진명(52·사진)씨가 18년간 발표한 소설을 정리한 『김진명 베스트 컬렉션』(새움)이 출간된다. 『황태자비 납치사건』 『몽유도원』 『천년의 금서』 등 7종 11권을 담았다. 교보문고 전자책으로도 동시 출간된다.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씨는 “평생 처음으로 작가노트를 썼다”고 말했다. 이번 컬렉션에는 7종의 작품에 대한 작가노트만 묶은 비매품 책 『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을 덤으로 얹었다. 가령 『한반도』의 개정판인 『1026』의 작가노트에서 그는 주한미군 정보공작 총책임자였던 존 천에게 10·26의 정보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다.

김씨는 작가노트에서 “핵개발을 강행하려 했던 박정희와 그걸 막으려 한 미국과의 충돌이 10·26의 본질”이라고 썼다. 미국은 김재규를 박정희 암살에만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차기 집권은 육사 11기가 맡는다는 시나리오까지 짰다는 주장이다.

“10·26의 진실은 한국인으로선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김재규와 100번 이상 쿠데타를 연습했던 김학호조차도 그 진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합동수사본부가 당시의 공포 분위기 속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만 진실로 남아있는데, 초등학생도 척 들으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내용들이죠.”

그는 ‘팩트’를 찾아다니는 드문 작가다. 명성황후의 비극적 죽음에 대해 일본인이 쓴 에이조 보고서를 발굴하고(『황태자비 납치사건』), 한국의 근원을 『시경』의 한후(韓后)에서 찾았다(『천년의 금서』). 차기작은 김정일 체제가 무너진 뒤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중국이 북한을 흡수 수준으로까지 떠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100년 역사에서 한일합병 다음으로 큰 문제가 될 겁니다. ‘고구려’에 대한 열몇 권짜리 대하소설도 구상중입니다. 한국 젊은이들이 『삼국지』나 『초한지』를 읽으며 중국의 세계관에 빠지기 전에 우리의 문명과 인물, 혼으로 머리를 채우도록 해야 작가로서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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