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 일동후디스 이금기 공동회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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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기가 좋지 않다고 몸을 움츠리고만 있으면 영원히 기회는 오지 않지요. 낭비 요인은 최대한 줄이되 자신있는 부문에는 과감히 투자해야 합니다."

고희(古稀)를 앞둔 이금기(69) 일동제약.일동후디스 공동 회장의 '공격적 마케팅론'이다. 경기 침체로 너나 없이 '축소 경영'을 외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일동제약은 지난 9월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서 벗어났다. 또 1996년 남양산업을 인수해 회사 이름을 바꾼 일동후디스는 매년 50% 가량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일동후디스는 매년 매출액의 14~16%를 광고비로 쓰고 있다. 조제 분유.이유식 등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만큼 꾸준한 제품 혁신과 홍보만이 매출을 늘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이 회장의 경영 철학때문이다.

일반 제조업은 5% 내외, 광고비 비중이 높은 식품회사라 하더라도 광고비는 매출의 10%를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동후디스의 이유식인 아기밀은 남양산업 인수당시는 시장점유율이4%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공격적 경영덕분에 올 9월 시장조사기관인 A.C닐슨 조사에선 23.9%로 크게 높아졌다.

이유식 시장 2위인 매일유업에 불과 2.5%가 뒤질 뿐이다. 매출액도 96년 10억원에서 지난해 4백25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6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공격적 마케팅으로 기회를 만드는 李 회장의 전략은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28세에 일동제약에 첫 발을 디딘 후 41년간 쌓은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63년 아로나민을 처음 개발했을 때 월 매출액이 4백만원만 되면 1백만원씩 광고를 하자고 회사에 요구해 관철시켰는데 광고 후 매출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아로나민은 40년간 효자상품 역할을 해왔지요."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일동제약 회장에서 물러난 지난 98년 계열사인 맥슨전자가 부도위기에서 몰리면서 일동제약도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것. 이 회장은 곧바로 회장으로 복귀했다.

이 회장은 "가만히 앉아서 되는 일은 없다"며 "불황.내수 부진에 흔들리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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