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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빈 라덴의 '종교전쟁' 선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습이 시작된 지 7일로 한달이 된다. 미국의 공습은 9월 11일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테러 후 26일간의 심사숙고 후 내려진 것이었다.

미국은 공격을 개시하면서 이는 이슬람국가 및 문명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테러리스트 집단과 그들을 비호하는 정권에 국한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때문에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난하고 나선 이라크를 제외한 전세계는 이슬람.비(非)이슬람을 떠나 반(反)문명적 테러조직과 테러교사범들에 대한 미국의 응징작전에 지지의사를 밝혔다.

지난 한달 동안 미국은 토마호크 미사일.B-52폭격기.특수부대 등을 총동원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에 나섰지만 탈레반이나 알 카에다에 치명적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 탄저균 테러가 발생했고, 전선이 확대되면서 적십자사 식량창고 등이 오폭으로 불타고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자 국내외적으로 반전(反戰) 및 전쟁 무용론자들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오사마 빈 라덴은 3일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비디오 녹화연설을 내보냈다. 그는 이 연설에서 유엔과 미국에 동조하는 이슬람국가 지도자들을 맹비난하면서 이번 전쟁을 기독교와 이슬람간의 종교전쟁으로 규정하고 다시 성전(聖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슬람 최대의 종교 행사인 라마단을 앞두고 이슬람 교도들의 반미(反美)감정을 자극해 이번 전쟁을 문명간 충돌, 종교전쟁으로 비화시키려는 계산인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대다수 아랍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지지정책이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프간 공격이 장기화할수록 이슬람권의 반미.반전 여론은 거세질 것이며 특히 라마단 기간 중 미국이 이슬람권의 여론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면 예기치 못한 파장이 초래될 수도 있다.

미국은 이번 전쟁이 문명간 충돌이나 종교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함께 조기종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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