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대학원도 없는 신생 영동대생의 값진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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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북 영동대 유전공학과 학생들이 항생제의 약효를 떨어뜨리는 새로운 세균 유전자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이같은 연구성과를 토대로 쓴 논문이 영국 옥스퍼드대의 항생제 화학요법 학술지 다음호에 실린다.

영동대 유전공학과 이규상(李圭相.25.4년).안영준(安泳俊.26.3년)씨는 세파로스포린계 항생제에 대한 세균 구조를 2년간 연구했다.

그 결과 항생제 성분을 무력화하는 세균의 유전자를 발견해 'CMY-11'로 이름붙이고 논문을 썼다. 논문 제목은 '국내 임상세균의 항생제 내성(耐性)을 야기하는 새로운 유전자 발견과 특성에 관한 연구'.

이들을 지도한 이상희(李相喜.41)교수는 "세파로스포린계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발휘하는 세균 유전자가 지금까지 다수 발견됐다"며 "하지만 새 세균 유전자는 10여종의 제4세대 항생제가 잘 듣지 않게 하는 주범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앞으로 항생제를 투여해도 질병이 잘 낫지 않는 현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파로스포린계는 항생제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쓴다.

두 대학생은 1학년 때부터 학교 연구실에서 방학도 없이 합숙생활을 하면서 연구에 몰두해 왔다. 이번 논문은 대학원이 없고 실험연구 체계나 장비가 열악한 신생 대학에서 일궈낸 연구성과여서 주목된다.

영동대 유전공학과는 지방대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연구능력을 배양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학생들을 집중 지도했다.

지난해 이 학교 졸업생인 김재영(24).이석기(29)씨의 논문이 세계적 권위의 영국 응용미생물학회지에, 올 6월에는 신상흠(23).최명민(25)씨의 논문이 유럽연합 미생물학회지에 실렸다.

영동=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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