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전남도청 이전 왜 서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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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금 광주의 민심은 도청 신축 이전 문제로 상당히 격앙돼 있다. 전남의 농가들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미 테러 사건의 여파로 지역경제가 더욱 어려워진 마당에 무려 3조원을 도청 이전에 투자하겠다니 이해할 수 없다.

얼마 전 지역 일간지의 창간 기념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전남도민이나 광주시민이 도청 이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데 하늘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도청을 서둘러 옮겨야 하는가. 전남보다 도세가 큰 경북이나 충남은 도청을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유달리 재정상태가 열악한 전남이 도청 이전을 강행할 명분은 없다. 김영삼 정권 때 결정된 사항이라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공교롭게도 도청 이전지가 대통령 아들과 여권 실세의 지역구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백번 양보해 도청 이전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차기 정권 때 충분히 검토해 결정해야 오해의 소지가 없을 것이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서 도민.시민이 피땀흘려 낸 세금을 사용하려면 민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이신호.광주시 남구 양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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