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남대문시장 화장실 단장 신경썼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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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남대문시장에서 겪은 일이다.한 외국인이 다급한 표정으로 상인에게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섰다.구조가 복잡한 시장통이라 내가 외국인을 안내해 화장실까지 갔다.

화장실에 도착한 순간 너무 창피했다. 심한 악취가 나는 것은 물론 바닥에 물이 고여 들어서기조차 곤란할 정도였다. 외국인은 고맙다며 인사를 했지만 나는 미안한 마음에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 외국인은 그처럼 사정이 절박하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다른 화장실을 찾아나섰을 것이다.

남대문시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며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월드컵이 개최된다.외국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간단한 회화를 익히고 친절을 베푸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장실에서 받은 인상은 그 나라 전체에 대한 인상과 직결될 것이다.겉만 번지르르하게 해놓았다고 해서 월드컵 준비가 끝난 것이 아니다.

이연정.서울 서초구 서초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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