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투기 해역 어패류에 발암물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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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오.폐수 처리장의 슬러지(찌꺼기)와 폐산.폐알칼리 등 산업폐기물이 매년 2백40만t씩 버려지는 서해 투기장 인근 해역의 퇴적물.어류가 발암물질로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한국해양연구원 오재룡.김경태 박사가 '자연보존'지(誌)에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서해 폐기물 투기해역 인근 지점의 퇴적물.어류에서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HAs) 농도를 분석한 결과, 다른 지점에 비해 2~10배나 높게 측정됐다.

퇴적물의 경우 g당 11.7ng(나노그램,1ng=10억분의 1g)의 PHAs가 검출돼 다른 지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또 눈강달이.부세 등 어류의 조직(살코기)에서는 g당 45.5~3백30.8ng이,간에서는 82.5~8백44.6ng이 검출돼 다른 지점에 비해 최고 7~10배로 측정됐다.

현재 해양투기 인근 해역에서는 계절에 따라 조기.강달이.멸치.병어.양태.갈치 등이 많이 잡히고 있다.

여러 개의 고리가 연결된 모양의 분자구조를 지닌 PHAs에는 벤조피렌 등 여러 가지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쉽게 분해되지 않아 먹이사슬을 거치면서 수천~수만배로 농축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오.폐수나 폐기물 해양투기 등을 통해 바다에 들어온 PHAs는 플랑크톤에 흡수되고 플랑크톤을 먹는 조개.어류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사람도 암발생 등 피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군산에서 서쪽으로 2백㎞ 떨어진 공해상에 위치한 3천여㎢ 면적의 서해 해양투기 해역에는 1988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폐기물 1천8백만t이 투기됐고 현재도 매년 2백40만t씩 버려지고 있다.

중국 쪽에서도 매년 7백51t의 중금속과 2만1천t의 원유 찌꺼기, 3억t의 생활오수가 서해로 방류돼 반폐쇄성 해역인 서해 오염이 가중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폐기물 투기로 인한 서해 오염이 가중돼 99년부터 투기량을 연간 2백40만t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해양오염방지법을 개정해 투기 폐기물 성분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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