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도 7000명 명동성당서 ‘4대 강 반대’ 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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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시국 미사가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렸다. 명동성당 본당안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미사가 열린 것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처음이라고 천주교연대측은 밝혔다. 미사를 마친 사제와 신자들이 성당 입구에서 4대 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사제·수도자 2차선언’ 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4대 강 사업을 놓고 정부와 시민·종교단체의 공개토론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국민 공개토론회를 제안하자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종교단체에서 이를 수용할 뜻을 밝힌 것이다.

‘4대 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는 1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4대 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했다. 명동성당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국미사가 열린 것은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이다. 오후 2시부터 열린 미사에는 사제 300여 명과 부산교구 등 지방에서 상경한 신도 7000여 명(주최 측 주장)이 참석했다. 명동성당 본당은 미사가 열리기 30분 전부터 신도들로 가득 찼다. 프란치스코수도회 윤종일 신부는 강론을 통해 “강을 살리겠다는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현장에서는 물고기와 수초 등 생명이 사라지고 있다”며 “20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국민 합의도 없이 진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천주교연대는 미사를 마친 뒤 명동성당 앞에서 신부와 수도자 5003명이 참여한 ‘4대 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수도자 2차 선언’을 발표했다.

학계·시민단체·언론계·종교계 인사도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 강 사업을 일단 중단하고 정부가 대안을 적극 검토한다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4대 강 사업의 최고책임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을 공식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청와대에 면담요청서를 직접 전달했다. 환경연합 4대 강 특별위원회 박창근 공동위원장(관동대 교수)은 “토론회가 공정하게 진행된다면 언제라도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9일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환경·종교단체와 일부 언론매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 대국민 공개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 추진본부 측은 4대 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추진본부 안시권 정책총괄팀장은 “구체적인 토론회의 의제·시기·장소 등은 종교·시민단체 등과 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지방선거 이전인) 이달 중에도 토론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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