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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권 30만~90만원 조직적 '수능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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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수능시험 휴대전화 커닝 사건'을 주도한 학생들이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하위권 성적의 수험생을 별도로 모집, 답을 알려 주는 대가로 한 사람당 수십만원씩 거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광역시 동부경찰서는 22일 구속된 광주S고 이모(19).배모(19)군 등 휴대전화 커닝을 주도한 학생 22명이 지난 9월 말께 범행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C고 수험생 박모(19)군 등 42명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에 동의한 학생들에게 수능 성적을 2~3등급까지 올려 주겠다며 한 명당 30만원에서 최고 90만원까지 모두 2085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주동자들과 취약한 성적을 보완하기 위해 '선수'(시험을 치르면서 답을 송수신하는 수험생)로 참여한 60여명은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주동자들은 한 명당 두 명씩의 수험생을 확보하기로 하고 성적 부진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학생들을 포섭대상으로 정한 뒤 S.C고 등 광주시내 6개교 고3 수험생 중 평소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4등급 이하인 학생들에게 접근했다.

주동자들은 이렇게 모은 2000여만원을 지난달 5일 선배 강모(20.광주 C모공대 1년)씨 명의의 은행통장 두 곳에 입금해 관리했다. 주동자들은 이어 지난달 16일 서울 방배동의 한 전화기 전문대리점을 통해 휴대전화 50대와 이어폰 등 부정행위에 사용할 통신장비를 구입하는 데 920만원을 지급했다.

또 정답을 중계할 후배 도우미들의 밥값.교통비.복사비 등에 523만원을 사용했다. 22만원을 주고 도우미들이 답을 중계할 장소로 사용한 고시원 방 네 개도 빌렸다. 경찰은 이들이 쓰고 남은 현금 140만원과 480여만원이 입금된 통장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수험생을 끌어모은 광주 C고 이모(19)군은 경찰에서 "성적이 나쁘면서 가정 형편이 넉넉해 부모들로부터 수십만원을 쉽게 타낼 수 있는 학생들에게 부정행위 계획을 말했을 때 '끼워 달라'고 사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서형식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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