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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적립식 펀드로 지갑 부자, ‘밥상머리’ 교육으로 정신 부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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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호 26면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상장사 주식을 1억원 이상 보유한 만 12세 미만 어린이 79명을 두고 한 말이다. 한 대기업 가문의 아홉 살 된 장손은 300억원어치에 가까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갓 돌이 지난 중견그룹의 손녀가 가진 주식도 1억7000만원어치에 달한다. 워런 버핏의 표현을 빌리자면 ‘운 좋은 정자 클럽(lucky sperm club)’ 멤버들이다.

우리 아이 부자 만들기 10년 대작전

이런 뉴스를 접하면 속상한 게 부모 마음이다. 자녀에게 뭐든 해 주고 싶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그저 최소한 나보다 잘살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최소한의 바람이라도 이루자면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일명 ‘우리 아이 부자 만들기 10년 대작전’. 자녀가 열 살이라고 가정하고 대학 입학 즈음 목돈을 만들 수 있는 금융상품 투자법과 경제관념이 똑바로 박힌 어른을 만들기 위한 경제교육법에 대해 살펴봤다.
 
인플레이션 못 이긴 교육보험 도태
어린이 금융상품을 고를 때 반드시 따져야 할 기준이 있다. 그 상품에 투자하면 10년 뒤 최소 교육비라도 감당할 수 있느냐, 곧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이냐는 것이다. 투자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면 10년 뒤엔 사실상 원금을 까먹는 셈이다. 게다가 과거 통계를 보면 교육비 상승률은 언제나 물가 상승률을 앞섰다. 이런 기준에 맞지 않아 시장에서 사라진 대표적인 상품이 교육보험이다. 태아 때부터 가입해 18년 동안 보험료를 내면 학자금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대학 입학 시점에 가장 많은 금액이 나오도록 설계됐다. 처음 출시됐을 땐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나타났다. 18년이 지나 보험금을 탈 때쯤엔 물가가 급등해 돈의 가치가 턱없이 쪼그라들었다. 실망한 가입자들이 많아지면서 교육보험은 아예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눈길을 끄는 게 펀드 등 투자형 상품이다. 신한은행 PB고객부 한상언 재테크 팀장은 ‘10년간 매달 50만원씩 투자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펀드에 40만원, 보험에 10만원을 넣겠다”고 답했다. 은행 출신인데도 예·적금은 고르지 않았다. 한 팀장은 “장기 투자 효과가 극대화되는 적립식 펀드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투자형 상품에서는 수익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수익률은 변덕스럽다. 시황에 따라 급변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꾸준한’ 투자를 강조한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 장기 투자를 통한 복리 효과다. 예를 들어 5년간 연 20%씩 수익을 올린다면 5년 뒤 원금은 2.5배로 는다. 그런데 10년간 연 10%씩 수익을 내면 10년 뒤 원금은 2.6배로 는다. 시간은 확실한 수익을 약속한다.

펀드 가운데서도 ‘어린이’ 펀드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 어린이 펀드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영국처럼 투자 수익에 비과세 혜택을 주지 않는다. 장기 투자 자금이 많아 대체로 대형 우량주 편입 비중이 크긴 하지만 펀드별로 운용 특징이 뚜렷하지 않다. 국내외 기업이나 대학 방문, 영어마을 캠프,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 어린이용 투자 보고서 등 몇 가지 부가 서비스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따라서 부가 서비스를 쫓아 일부러 어린이 펀드를 고를 필요는 없다. 오히려 10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장기 성과가 우수한 펀드를 고르는 게 낫다.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하겠다면 세제 혜택을 꼭 챙겨야 한다. 펀드 투자금을 자녀에게 증여하기 위해서는 증여세 공제 신청을 미리 해 놓아야 한다. 자녀 이름으로 펀드에 가입한 뒤 세무서에 신고하면 만 19세까지는 1500만원, 20세 이후에는 3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경제관념을 머리에 심어라
“청소년들이 돈에 대한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평생 후회하는 일을 막으려면 어릴 때부터 금융교육을 해야 한다.”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도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강조한 말이다. 금융, 혹은 경제교육을 제대로 해야 어린이·청소년들이 커서 제대로 된 경제 활동 주체가 될 수 있다. 곧 금융교육은 국가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근본 수단이다. 그래서 미국은 1999년 경제교육법안을, 2000년에는 조기금융교육법안을 제정하고 재무부 내에 금융교육실을 설치했다.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최근에 와서야 경제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혹자는 어릴 때 경제교육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2003년 신용불량자 문제도 없었을 거라고도 한다. 당시 신용불량자 300만 명의 평균 연령이 32세였고, 신용카드 연체자의 절반이 20~30대였다.

경제교육의 출발은 ‘밥상머리’다. 가정교육에서 시작한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0년 세계 부자’ 순위에서 37위에 오른 델 컴퓨터 창업자 마이클 델은 자신의 성공 비결로 어머니로부터 받은 밥상머리 교육을 꼽았다.

“우리 집에서는 언제나 경제에 대한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1970년대 우리 가족들은 저녁 식탁에서 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결정과 그것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지, 어떤 주식을 매입하고 또 매도해야 할지에 대한 것도 자주 등장하는 화제였다.”(『현명한 부모는 돈보다 지혜를 상속한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막상 경제교육을 하자니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다. 어려운 경제용어를 가르치라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 활동의 핵심 원리를 가르치면 된다. 먼저 경제 활동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명확히 가르친다. 재화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원하는 걸 가지면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한다. 곧 선택에 따라 기회비용이 생기는 것이고, 기회비용이 가장 적을 때가 최선의 선택을 했을 때라는 걸 가르쳐야 한다. 이런 선택에 익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하는 게 ‘조르기’다.

기다리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66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월터 미셸 교수가 유아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시멜로 실험은 유명하다. 당장 먹으면 한 개를 주지만 15분 기다리면 두 개를 주겠다고 했다. 대부분의 아이가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그 자리에서 먹어 치웠지만 전체의 30%는 참고 기다렸다. 15년이 지난 후 봤더니 그 참고 기다린 아이들의 SAT(미국 수능시험) 점수가 그렇지 못한 애들보다 평균 210점이나 높았다. 이렇게 기다리는 법을 익힌 아이들이라야 당장 돈을 안 쓰고 미래를 위해 저축이나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런 경제관념을 가장 쉽게 심어 주는 방법이 용돈교육이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면 아이들은 제한된 돈을 가지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동차를 사면 축구공은 살 수 없다는 선택의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 또 과자를 당장 사 먹지 말고 참아야 한 달 뒤 인형을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용돈을 줄 때는 원칙이 있다.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금액을 반드시 줘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이들이 부모를 믿지 않게 된다. 또 원래 자기가 할 일, 예를 들어 이불 개기나 자기 방 청소를 했다고 대가로 돈을 줘서도 안 된다. 만약 돈을 주면 앞으로 그 아이는 돈을 주지 않으면 자기가 해야 할 일도 안 하게 된다. 그래도 왠지 부족한 것 같으면 온라인 경제교육 사이트가 있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하나은행·미래에셋 등 금융기관이 만든 사이트에 다양한 교육 자료가 있다. 여러 사이트를 다 보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이트 하나를 골라 정기적으로 접속해 학습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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