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생활 7년 해봤는데 술 한잔 산다는 사람 없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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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호 01면

검찰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쓴맛을 봤다. 강화된 공판중심주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원인도 컸다. 이어 ‘부산지검 검사 스폰서’ 사건이 터졌다. 정치검찰이란 비판과 함께 검찰의 도덕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를 기화로 검찰권을 견제하려는 정치권의 공세가 거세다. 한나라당에선 여의도연구소가 나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중앙SUNDAY가 대한민국 검찰 특수부 여검사 세 명에게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진 검찰 얘기를 들어봤다. 그들은 검찰 이야기에서 사는 이야기로 수다를 이어갔다.

대한민국 특수부 여검사 3명, 검찰을 말하다

지난 6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 편집국에 여성 세 사람이 들어섰다. 단발머리의 여성은 검은색 정장, 다른 두 여성은 긴 머리에 하얀색 정장 차림이었다. 차림을 봐서는 그저 평범한 여성이었지만 셋의 등장은 편집국 근무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대한민국 검찰 특수부 검사다. 서울동부지검 박지영(40·사시 39회) 검사, 서울북부지검 서지현(36·사시 43회) 검사, 서울서부지검 추의정(34·사시 45회) 검사. 박 검사는 검사생활 11년차, 서 검사는 7년차, 추 검사는 5년차다. 세 사람은 평소 아는 사이지만 바쁜 탓에 함께 자리한 적이 없다고 했다. 처음 한자리에 모인 세 명의 특수부 여검사에게 검찰의 스폰서 문화를 물었다.

-스폰서가 참석한 회식 자리에 알고든, 모르고든 따라간 적 있었나.
(박 검사)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다. 밥값을 내면 다 스폰서인가. 스폰서라고 하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사건의 진상 조사가 끝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일이) 과거에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면 선배들이 후배 검사를 데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 검사)나는 한 번도 (스폰서를) 본 적이 없다.

(서 검사)검사 7년차인데 1원 한 장, 술 한잔 누가 사준다고 하지 않아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번 부산지검 건도 아주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로, 현재와는 괴리가 많다. 검찰 선배가 밥값, 술값을 다 내는 문화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하는 분도 있다.
부산지검 사건의 원인과 관련, 서 검사는 “종전의 관행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일종의 특권의식이 있어서 그런 일이 생긴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스폰서 문화 척결 대책에 대해 추 검사는 “접대문화라는 우리 사회 자체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고 서 검사는 “자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스폰서 문화’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문화라고 하면 서로 공감하고 그 속에 젖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스폰서 문제는) 개인적인 특성의 문제이지 (검찰 조직의) 문화는 아니다. 조사를 받고 있는 동료와 함께 우리도 같이 조사를 받는 느낌이다. 아마 검찰 전체가 그런 느낌일 것이다.”

여검사들은 검사 스폰서는 10년차 이하의 젊은 검사들로선 이해도, 용인도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검찰의 회식문화가 술 자리 위주에서 공연이나 영화관람, 등산 등으로 다양해지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추 검사는 “최근 특수부 회식 때 연극 『라이어라이어』를 선후배 검사들과 공동으로 봤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요즘은 삼겹살에 소주 마시는 분위기가 대세라 회식 때 쇠고기 먹은 지도 오래됐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여검사가 지속적으로 느는 것도 이런 변화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세 사람은 모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여검사로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똑같이“육아와 출산 문제”라고 답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일에 지장이 생기고 출산 후에도 육아에 얽매여 남자 검사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걸 두려워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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